남경필은 장점과 단점을 분명히 지닌 보기 드문 현실 정치인이다. 5선의 중진이면서, 그 무게만큼 존경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것도 그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게다가 경기도(새누리당) 모두를 통틀어 5선의원이 그 한 사람 뿐인데도 그렇다. 당연히 도민 모두가 존경하고 받들어야 맞다. 그런데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으니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또 하나 의아스러운 것은 선거 때만 되면 이러쿵 저러쿵 하다가도 까보면 그에게 표를 모두 던졌다. 정치 20년이 되어 다섯 번 금배지를 손쉽게 달고 있으니 이 또한 재주라면 큰 재주다.
쇄신파의 맏형, 남경필 의원은 요즘 부쩍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언론의 논조도 자세히 보면 잘한다는 건지, 못한다는 건지 도무지 헷갈릴 때가 많다. ‘쇄신’ 이라면 당연히 낡은 것을 개혁 하자는 것이니 박수를 보내야 옳다. 그런데도 박수는 별로 없고 마치 ‘지조가 없다’는 식의 보도가 대부분이니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며칠 전부터 새누리당의 ‘사당화’로 묘사되는 ‘정두언’의원 관련 남의원의 ‘당 민주화’ 주장도 얼핏 보기에도 그의 쇄신적 용단이 매우 신선해 보였다. 공당이 사당화 했다면 집권당으로 이보다 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 그러나 그(남의원)를 높이 사기보다 마치 변신의 귀재처럼 여기고 있으니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짐작이가는 것은 엊그제까지 ‘친박-쇄신파’가 밀월 하더니 벌써 등을 돌리고 ‘박근혜’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새누리당의 쇄신파에서도 맏형으로 꼽힐 만큼 신망이 높다. 2011년 5월 원내대표 경선 때는 친이(친이명박)계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친박계 지원에 힘입어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를 만들어 냈다. 남의원이 이끄는 쇄신파가 청와대에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과 갑자기 가까워졌다. 이른바 ‘친박-쇄신파’의 밀월 시대다. 그리고 1년 2개월이 흘렀다. 이번에는 엊그제(15일) 정두언 출당론에 대해 “대선 승리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는 것”이냐며 느닷없이 친박계를 몰아 세웠다. 그러더니 어제(17일)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편집인협회 토론장에서 말한 ‘5·16 쿠테타’ 발언과 관련 “동의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 사당화’ 논란에 대해서도 “나중에 집권하면 국정운영을 민주적으로 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있다”고 계속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남의원이 친박과의 밀월 시간은 짧았다. 그러나 시점으로 보면 남의원으로는 알찬 시기였다. 4.11 총선을 앞둔 때여서 공천문제를 싸고 지역 정가가 치열한 공천경쟁으로 휘말렸을 때다. 특히 지역구랄 수원권인 수원, 화성, 용인 등 공천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남경필 의원의 주가는 높았고, 수원권 공천권은 그의 손에 달렸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특히 수원시민의 50년 숙원인 비행장 이전을 위한 높은 공로로 각별한 지지를 받아온 현직 의원까지 탈락에 설왕설래 하더니 결국 그도 공천 탈락했다. 엉뚱한 반대당에서 당선을 차지했다. 남의원의 지난 4.11 수원지역 공천권은 이처럼 절대적 아이콘(우상)으로 주민들에 비춰졌다.
남경필의 쇄신은 그러나 여전히 그 진정성에 문제를 삼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쇄신의 시점이나 문제 지적 사항의 선택에서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데도 그렇다. 분명 ‘당은 민주화’가 돼야하고 사당화는 혁파돼야 옳다. 공당이란 시각에서 보아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쇄신의 맏형 남의원은 존경받아야 하고, 당에 충직한 의원으로 평가 받아야 마땅하다. 지난 2011년 11월 청와대에 촉구한 국정기조 전환 요구나 이번 사당화 논란도 쇄신적 의미를 높이 사야 옳다. 중요한 것은 그러나 쇄신을 목적으로 보기보다 수단으로 남의원을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는 데 있다.
정치는 민성(民聲)이다. 민성은 또 삶의 소리인 것이다. 정치인은 말을 잘하는 대신 듣는데에 인색한 결점을 지녔다. 당위성만 따지다 보면 진정한 정치의 본질인 삶의 소리를 놓칠 때가 많다. 특히 헌법기관이랄 국회의원들의 삶의 현장 소리를 막고 있으면 진짜를 잃게 되기 싶다. 쇄신이 수단 아닌 목적이 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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