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선자들과의 만찬에서 "국내에 저와 경쟁자는 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언론에서는 이 말이 한나라당의 계파갈등을 경고한 것이라고해석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대통령으로서 계파,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국정운영을 하겠다는의지라고도말했다. 필자도대통령의 말이여당 내의 계파와 여야 정파를 초월하여 국민통합적인 국정운영을 펼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싶다.
하지만,대통령의 말에 대해 일부사람들은좋게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여전히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와의 갈등을통크게 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대통령이 얼마든지 통크게끌어안을수도 있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그래서대통령이계파와 정파싸움을 풀 생각을 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며, 정치를 자기 고집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으로해석한다.
결국한나라당내에서는 지루한 계파싸움이 계속될 것이다. 대통령은 전당대회를 통해자신의 지휘체계를 확실히 뒷바침할 사람으로 대표로 세우려 할 것이며,그 과정에서 한나라당 내 끊임없는 정치싸움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대통령이 여의도 현실을 외면하면,여의도 현실에서 살고 있는 2인자 3인자들은 피터지게 싸우는 길 밖에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의도 문제야 그렇다치더라도,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하면서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 없는것이 있다. 그것은 전임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의 그림자다. 여의도 현실이야 대통령이 외면을 하면2인자, 3인자, 4인자들의 피터지는 싸움은 그들 몫이 되겠지만, 노무현의 그림자는이명박 대통령이 넘어야 할강이며,그 강을 외면하고 국정운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MB노믹스를 실천하기 위해선노무현의 '대못'을 빼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의 대못을 빼고,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오죽하면, 지방혁신도시 재검토 발언이 나오자,"이명박 정권이 잘못 건드린 것 같다"는 비아냥까지 나왔겠는가? 즉,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방혁신도시 재검토를 접하며'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ㅎㅎ'라고말했던 것이다. 결국 지방혁신도시 재검토 발언은 몇 일이 안되어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칼을 빼어 들었다가 '무우'도 썰지 못하고또다시 칼 집에 집어넣는 꼴이 되고만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박아 논 대못은 대략 5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노무현 정권의 인사들이다.두 번째는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지방혁신도시 건설, 공기업 이전문제이다. 세 번째는 행정 중심복합도시 건설문제이고, 네 번째는대북정책이며, 다섯 번째는 외교정책이다. 이 다섯가지 중에서 뒤에 이야기한 대외정책은 국민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하다.대북정책의 경우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더라도궤도 수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앞의 세 가지이다.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두 번째의 경우는 이미 칼을 빼어들었다가 다시 집어 넣고 말았다. 한마디로 싸워보기도 전에 꼬리부터 내린 것이다. 세 번째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한충청지역주민들의 여망을 누르며 올바른 대안을 찾아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에서 이인제후보 측의 대안을 벤치마킹하여 행정중심복합도시 + 교육 과학클러스터를 제시했지만,실천은 또 다른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명박 정권이 충청인들에게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기때문이다.
첫 번째는 더 큰 문제이다.일부 공기업 인사나 정부 투자기관 인사정도야 얼마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하지만,이명박 정권의 권력핵심 4부(국정원,검찰청, 경찰청, 국세청)는 노무현 정권의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노무현 정권과 무슨 묵계가 있는 것인지는 알길이 없지만, 정권교체가 되었는데도 전임 정권 인사들이권력 핵심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예는 그다지 많지 않다. 김대중 정권 때는 얼굴마담 격인 '통일부 장관' 등을 보수적 색채의 인사로 채우고, 권력 핵심만은 전임 정권을 잘 알면서 능수능란하고 척결해 나갈 수 있는 인사로 채웠다. 예를 들면이종찬 국정원장이 그 예이다.
이런 상황에서'자신의 경쟁자가 없다'며, '다른 나라의 국가지도자와 경쟁할 뿐이다'는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어찌 공허하지 않겠는가? 다른 국가지도자들이 국내문제를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부를 철저히 다지며 국외에서경쟁하려고 할 것이다. 국내문제를 보다철저히 다스릴 때, 국외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국제지도자들과 경쟁하겠다는이명박 대통령은노무현 정권의 유산마저 넘어서고 있지 못하다. 확고한 중심 노선이있어야 전 정권의 문제점과 노선을 극복할 수 있는데,실용주의를 가지고 있으니, 제대로 극복될리 없다.(노무현정권도 정권초기 실용주의를 내세웠다)섣부르게 칼만 빼들다가화만 자초하고 있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명박 대통령은외국 지도자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라도국내외의 산적한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물에 물탄 듯하고 술에 술탄 듯한 실용주의를 가지고서 전임노무현 정권을극복할 수 없다.몇가지 튀는 아이디어와 부분적 돌파력으로 노 정권의 그림자를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이명박 대통령은 계파와 정파의 싸움에 초월하여 국민통합의 국정운영을 실시하기 이전에, 노무현 정권에 대한 제대로된 청산작업부터 분명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 청산작업을 위해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와 대립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혼자서 노무현 정권을 넘어선다는 것은현재의 정치상황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 정권을 청산하고 나서 계파의 화합이니, 정파를 초월한 국민통합이니 하는 말을 해도 늦지 않다.
그러므로이명박 대통령은 다음두가지 중 하나를 분명히 해야 한다.
[박근혜와손을 잡고 노무현을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박근혜와 대립하다가 노무현의 길을 갈 것인가?]
<프리존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