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의 방문은 스탠포드에서의 강연 말고도 다양한 일정으로 진행이 되었다. 실리콘밸리의 첨단 기업 방문은 물론 교포 사회와의 접촉도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하기에 이곳 교포들의 입에서 박 전대표의 얘기가 자연스럽게 오르내리고 있고, 아마 이런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그 중 유난히 필자의 귀를 자극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바로 ‘조심해야 되는데!’ 이다.
얘기의 발단은 그녀의 방문기간 중 첫 일정인 테스라 전기 자동차 회사의 방문시 벌어진 상황에서 비롯된다.
테스라는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으로 지목되는 전기자동차 분야의 선두주자이다. 이곳을 방문한 박 전 대표 일행이 깜짝 놀란 것은 바로 이 전기 자동차의 시승과정에서다. 방문단을 맞이하고 있던 이 회사의 부사장이 그녀를 싣고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시승차량은 제로에서 백 킬로까지의 속도를 3.6초에 돌파 한다는 하이 퍼포먼스 스포츠카였다. 멀어지는 시승 차량을 멍하니 바라보다 누군가 멋쩍은지 한마디 꺼냈다. “이거 괜찮은 건가?”
사실 그녀와 함께 하는 이들은 그녀의 신상에 대한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신촌 유세 시 발생했던 테러가 아직도 그녀의 얼굴에는 긴 흉터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느 장소에든 항상 짓궂은 이가 있기 마련인데 사진 한 장을 찍더라도 은근히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는 이가 있는가 하면, 필요 이상으로 다가와 얼굴을 바싹 들이대는 사람들도 있다. 이쯤 되다 보니 대중 속에서 그녀를 보호한다는 것이 꽤나 민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승차량은 무사히(?) 돌아왔다. 그리고 차량에서 내리는 그녀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을 건넸다. “대표님 경호에 공백이 있었습니다.” 웃으며 건넨 이 한마디의 말은 사실 농담 반 진담 반 이었으리라.
모두들 안심한 듯 너털웃음을 보이고 있을 때 그녀 또한 한마디 했다. “하늘이 무너질까 무서워서 어떻게 사세요?”
이렇게 일단락된 경호공백 해프닝은 다음날 언론에 박스기사를 제공하게 되었고 가지각색의 반응들이 뒤를 이었다. 내용을 공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이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를 위한다면 바로 이 공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의 주장을 더 깊이 새겨봄직하다.
그녀는 그동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지목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가는 길에 나오는 말 또한 역시 많다. 하지만 너무 일찍 차기 대권을 운운 하는 것은 사실 좋은 일은 아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했던가? 앞서가는 선두가 뒤따르는 모든 이들의 공동 목표가 됨을 감안할 때, 서두에 언급한 ‘조심해야 되는데!’를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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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마다 이어지는 인파의 물결과 쏟아지는 세인들의 관심은 그녀를 지지하고 아끼는 이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그녀를 미래의 지도자로 마음에 두고 있다면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말해 주고 싶다. 옛 말에도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하지 않았던가? 미묘하게 돌아가는 정치판에서 지금의 좋은 분위기가 언제 급반전 하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 싸움, 기 싸움이 기본이 되는 정치판에서 의도적인 움츠림까지 갈 필요는 없다. 다만 주변을 살피고 분위기를 타면서 세를 이어가는 전술적인 역량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누군가 뒤에서 악평을 하고 있다면 애써 무시만 할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 담아둘 수 있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사실 요즘 인터넷에는 거칠기 그지없는 말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도저히 지각 있는 이들의 사고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하고 저속한 내용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보여주는 감정의 표시는 무언가 큰 오해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심도 깊은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도 이해시키고 설득하겠다는 의지 말이다. 사회대통합이나 선진 조국 건설과 같은 일들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녀의 귀국 장면을 방송을 통해 보게 되었다. 그녀를 환영하기 위해 마중 나온 지지자들과 그녀를 보도하기 위해 나온 취재진들의 물결을 보며 ‘이 모습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가 또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귀를 열자! 눈을 크게 뜨자! 그리고 찾아보자.
그리고 그들의 오해를 푸는데 아니, 이해를 시키고 설득하는데 노력하자. 만약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차기 대권의 길은 구태여 찾지 않아도 스스로 문을 열고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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