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동아일보는 청와대는 국민 통합과 헌정사 정립을 위해 각계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역대 대통령의 업적과 역사적 의의를 공정하게 재평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 했다. 원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가 끝난 뒤 바로 착수하려고 했으나 정치적 의도 개입 문제로 인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먼저 제의해 오면 위원회나 태스크 포스를 구성해서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도 함께 나왔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수립 61년째가 되는데도 정치집단과 지역별로 역대 대통령 평가가 다른데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과거 대통령 공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어 국가 차원의 공정한 평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당초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만 추진하려다가 다른 대통령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박정희, 노무현, 그리고 최규하 전 대통령 등, 서거한 대통령들 전체를 재평가한다는 보도다.

그러니까 민주당에 추파를 보내고 호남의 인심을 얻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중, 김대중이 타계하자 얼씨구나 기회는 이 때다 하고 재평가 작업에 착수해서 한껏 띄우려다 너무 속이 들여다보이는 짓 같아서 하는 수없이 전 대통령들도 곁다리로 참석시킨다는 말이다. 민심 좀 얻으려고 아부하는 방법도 가지가지고 이 정도면 치사의 극치다.

한 배로 나온 자식들도 돌아가신 부모님의 생애와 성격, 그리고 자신에게 얼마나 사랑을 쏟았는가에 대해 평가가 다른 법이다. 생전에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특정한 자식을 편애했을 경우, 사랑을 받지 못한 자식은 불평이 남아있고 각별히 사랑을 받은 자식은 애틋한 정을 끊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물며 타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대통령들을, 철학이 저마다 다르고 평가결과에 따르는 이해관계가 권력의 향방과 첨예하게 얽혀있는 현시점에서 국가가 인위적으로 위원회나 태스크 포스를 설치해서 재평가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야당이 먼저 제의를 해오길 기다려 야당과 청와대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위원횐지 태스크포스인지를 만들어 지들 입맛에 맞도록 업적을 재평가하고 역사적 의의를 날조해서 그걸 국민에게 주입하겠다는 수작이다. 어쩐지 언론에서 김대중의 과거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반면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독재자로 비하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며 수상한 낌새를 느꼈는데 그 뒤에 요 따위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김대중을 위대한 민주화 투쟁의 리더로 만들고 굴욕적인 대북정책과 달러 퍼주기를 미화하고 호남의 민심을 얻는 동시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깎아내려 박근혜 의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에 찬물을 끼얹겠다는 얄팍한 잔꾀다. 그러지 않아도 전례를 무시한 김대중 국장 결정 소식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속이다.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후세대의 학자들과 일반 국민이 각자 알아서 판단할 일이지 인위적으로 모집한 정체 모를 인간들이 인센티브 받고 작위적으로 만드는 조형물이 아니다.

이것 하나만은 알아야 한다. 호남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김대중을 우상 같이 떠받드는 사람들도 아니고 아무리 김대중을 미화해도 달러를 퍼주고 굴욕적인 대북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준 원죄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아무리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로 폄하해도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부강한 나라로 만든 그의 업적은 국민의 가슴 속에 살아있고 아무리 속 보이는 수작으로 박근혜 의원을 독재자의 딸로 매도한다 해도 그를 지지해서 법과 원칙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국민의 염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알아야 한다.

국민의 지지를 잃은 대통령을 만나니 별 못 볼꼴을 다 보고 산다. 중도, 실용을 외치더니 겨우 하는 짓이 별 업적도 없는 전직 대통령을 미화해서 야당 비위 맞추기에 위신도 체면도 다 버리고 매달리는 한심한 작태가 중도 실용이란다. 본업인 경제 살리기는 제쳐두고 전임 대통령 재평가나 하겠다고 나서는 철없는 꼴불견에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의원은 원수 같이 외면하면서도 김대중 추종자들의 인심이라도 얻어 보려 발버둥질 치는 한심하고 가련한 대통령이다.

왜 그런지 짐작은 간다. 대개 말썽 많은 애들이 공부하라고 꾸짖는 부모는 미워하면서도 동네 불량배에게는 굽실거린다. 겉으로는 주먹을 자랑하며 으스대지만 속으로는 공부 잘하는 애가 부럽고 막상 만나면 어딘가 꿇린다. 이명박이 박근혜를 만날 때의 심리상태가 대강 그럴 것이다. 큰 소리 뻥뻥 치고 청와대 차지했지만 능력은 안 되고 국민의 원성은 무섭다. 청와대 대문 나서는 날 기다릴 처벌을 생각하니 밥이 제대로 안 넘어가고 뒷날을 생각하면 이면체면 가릴 때가 아니다. 386이고 주사파고 표만 주겠다면 다 손 내밀고 매달릴 판이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부패척결의 칼을 가는 박근혜 의원과 성난 국민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오금이 저린다. 그러니 김대중을 우상화 시켜서라도 권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내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국장으로 정중히 모시고 한껏 띄워주면 민주당도 개헌안에 협조할 거고 중선거구제로 바꾸어 호남 출신 국회의원도 몇 명 그러모으면 멍청한 인간들은 지역주의 타파했다고 칭송도 할 거다. 꿩 먹고 알 먹기다. 그렇게 하면 박근혜가 다음 대권을 잡는 비극을 피하는 방법도 된다. 요따위 잔꾀가 들여다보이는 전직 대통령 재평가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