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화두로 던진 선거구제 개편 및 개헌에 정가는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민 다수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다수 국민은 현행 소선거구제 고수를 원하고 있으며 개헌을 할 경우에도 대통령제를 절대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내심 중대선거구제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집권층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국민 다수 여론은 '소선거구제-대통령제 유지'
27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동으로 지난 25일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가 좋다는 의견이 53.4%로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1개 선거구에서 2~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23.6%, ‘비례대표 비율 확대’는 18.0%에 그쳤다.
이 대통령이 지역주의의 극복을 위해 소선거구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 대해 부정적 의견이 더 많은 셈이다.
‘권력구조 개편 방향’과 관련해선 응답자의 42.6%가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연임이 가능한 중임제’가 좋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과 같은 ‘5년 단임 대통령제 유지’ 의견은 38.1%였다.
반면에 한나라당 친이계가 선호하는 이원집정부제식 ‘분권형 대통령제’는 10.1%, 국회 다수당이 국정을 책임지는 ‘의원내각제’는 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중임제 지지는 특히 40대(47.3%), 남성(50.5%), 월소득 301만원 이상(55.4%)에서 우세했다. 5년 단임제 유지 의견은 30대(43.4%), 여성(43.2%), 월소득 150만원 이하(50.4%) 계층에서 많았다.
의원들은 절반이 중대선거구제 찬성
반면에 <조선일보>가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달랐다.
<조선일보>가 26일 한나라당 123명, 민주당 41명, 자유선진당 12명, 친박연대 3명 등 의원 183명(재적 292명 중 62.6%)을 상대로 전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전체 응답 의원 중 94명(51.3%)이 찬성을 했다.
정당별 찬성률은 민주당이 70.7%(29명)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한나라당은 47.2%(58명)로 조사됐다.
영남·호남 등 지역별로 당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선 응답 의원 중 122명(66.6%)이 찬성 의견을 밝혔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의원 78.1%(32명)가 찬성했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66.7%(82명)가 찬성했다.
당리당략대로 하다간 '국민 역풍' 맞을 것
이같은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는 자칫 선거구제 개편 및 개헌 논의를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따라 진행할 경우 국민 역풍을 맞게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개헌과 관련, 한나라당 친이계가 추진중인 이원집정제는 이를 강행하려 할 경우 절대 다수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도 '이원집정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원집정부제 개헌은 벌써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선거구제 개편도 여야가 당리당략에 따라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강행하려 할 경우 국민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압도적 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민주당의 경우 국민여론을 의식한 신중한 행보를 하지 않을 경우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민 다수가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것은 '국민 심판권'을 우선시한다는 메시지여서, 여야 정치권의 조심스러운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