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화성성곽길의 2코스인 화서문에서 동장대(연무대)까지의 코스를 탐방객이 성곽을 따라 걷고 있다.

수원 화성을 둘러보는 '화성 성곽길'은 혼자 걷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과 함께 와서 역사 공부도 하면서 탐방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지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후 외국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세계적 유적지가 됐다. 역사적 얘깃거리와 함께 볼거리도 풍부해 일년내내 탐방객들이 줄을 잇는다. 화성성곽길은 크게 3개 코스로 나뉜다. 1코스 팔달문~화서문(서북공심돈), 2코스 화서문~동장대(연무대), 3코스 동장대~팔달문 구간이다. 길 자체가 성곽을 따라 걷는 것이다보니 큰 무리가 없는데다 각 코스도 짧아 1~3코스 전체를 모두 돈다해도 5.4㎞ 거리로 3~4시간이면 관람 가능하다. 별도로 화성열차를 타고 화성을 일주하는 왕복 1시간의 관람코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성곽을 걸으며 정조대왕을 만나다!

화성 성곽길중 화서문에서 시작하는 2코스는 성곽길을 걸으며 주변 경관을 살피는 코스라 어찌보면 다소 정적이지만 잔잔한 볼거리와 함께 곳곳에 즐길거리(체험)를 제공해 재미를 더한다.

화서문~북포루~북서적대~장안문~북동적대~북동포루~화홍문~방화수류정~북암문~동북포루~동암문~동장대(연무대)로 마무리되는 이 코스는 총 거리 1.7㎞, 걷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3개 코스중 가장 짧은 거리다.

화성은 도심에 위치해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터라 버스를 타고 화서문 정류장에 내려 화서문으로 들어섰다.

안내책자와 각 명소를 비교하면서 본격적인 탐방을 시작했다. 화서문은 화성의 서쪽 대문이며 보물 403호로 성문 앞의 옹성과 서북공심돈이 어우러져 짜임새 있는 건축미를 자랑한다. 특히 반월형 옹성에 별도의 문을 두지 않고 한 쪽이 터진 모양이 특색으로 외국인들도 신기한지 연방 사진을 찍어댄다.

화서문에 올라서니 바로 서북공심돈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내부는 3층으로 돼 안에서 군사들이 적에게 화포 및 총을 쏠 수 있게 했다. 윗부분은 망루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정조대왕이 직접 지시해 만들었으며 정조대왕이 가장 사랑한 건물이기도 하단다.

사실 화성을 걸으며 정조대왕 얘기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된다. 조선시대 후기 18세기는 다양한 문화가 꽃을 피웠던 문예부흥기다. 그중에서도 정조시대는 문예부흥기의 정점으로 꼽힌다. 문화를 사랑하고 백성의 삶을 어루만졌던 정조시대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분원리 도공들의 푸른빛을 띤 조선백자, 다산 정약용의 설계로 완성된 수원화성 등이 탄생했다.

이중 정조의 염원이 담긴 것이 있었으니 조선의 새로운 정치기반이 될 도시, 수원 화성이다.

수원시 팔달구에 자리한 수원 화성(사적 제3호)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될 만큼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건축물이다.

▲ 광교산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수원천이 화성을 관통하는 가운데, 화홍문의 7개 무지개처럼 생긴 석교 밑으로 수원천이 흐르며 장관을 연출한다.

성곽은 팔달산의 지형 지세를 따라 나뭇잎모양으로 길게 뻗었다. 5.4㎞로 이어지는 성곽에는 기존 성곽의 허점을 보완하는 시설물이 가득하다.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옹성을 쌓고, 문 양쪽에 적대와 포루를 만들었으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성 안에 고이지 않도록 북수문과 남수문을 만들어 물길을 안정시켰다.

성벽 위의 건축물도 재미있다. 총 지휘시설인 장대, 전투지휘시설이자 좋은 쉼터인 각루, 군사가 다치지 않도록 방어시설을 갖춘 포루, 숨겨진 출입구인 암문, 망루이자 적극적인 공격방어시설인 공심돈, 봉수대와 포대의 기능을 하는 봉돈 등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성곽을 돌아보는 동안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공부까지 덤으로 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다시 발길을 돌려 북포루, 북서포루를 지나 북서적대로 향했다. 참고로 포루는 적군이 성벽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포를 설치해 적을 공격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곳으로 적을 위와 아래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성곽시설물중 가장 중무장된 시설물이다.

주택가들과 어우러진 주변 경관을 보며 걷다 어느새 장안문에 다다랐다. 장안문은 국내 성문중에서 가장 큰 성문이며 화성의 북쪽문으로 정문에 해당된다. 장안문과 옹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북동적대를 지나 북동포루를 거치니 화홍문이다.

수원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짐작이 갔다. 화홍문의 일곱 수문으로 수원천이 시원하게 가로질러 흐르고 탁트인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수문 남쪽 하천바닥은 돌을 깔아놓았는데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바닥이 파이는 것을 막고 있다. 북수문은 화강암으로 쌓았고 남수문은 벽돌로 쌓았는데 남수문은 1922년 7월 대홍수로 유실된 이후 아직까지 복원되지 않았지만 올해 복원된다.

화홍문 옆 언덕바위 위에 있는 방화수류정은 성 바깥쪽의 인공연못인 용연과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아낸다. 방화수류정과 관련 일화를 소개하자면, 방화수류정의 공사비는 동남각루, 서북각루에 비해 10배 이상 소요됐다고 한다. 이에 공사후 공사담당자가 정조에게 불려가 문책을 당했다는 일화도 있다.

사람과 군수물자를 성안으로 공급하기 위해 만든 비밀통로인 북암문, 동북포루, 동암문을 거쳐 어느새 동장대(연무대)다.


동장대는 군사들의 훈련을 지휘하고 방어체계를 통솔하는 시설로, 정조대왕이 직접 장용외영 군사들의 사열을 받았던 곳이다. 군사들이 무예를 수련한다는 뜻으로 연무대라는 다른 이름도 갖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궁활쏘기체험을 할 수 있다. 연중 이용 가능하며 1회(10발)당 2천원을 받는다. 활쏘기에 앞서 진행자가 국궁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입담과 어우러져 재미를 더한다.

긴 거리를 걸은 것은 아니지만 따가운 햇볕에 다소 지쳐 어떻게 코스를 마무리하고 돌아가야하나 생각할 즈음 총 3량으로 구성된 화성열차가 눈에 띈다.

열차는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50분까지 운행된다. 어른 1천500원, 청소년 1천100원, 어린이 700원의 요금을 받는다. 단체 20인 이상은 할인된다.

상쾌한 바람도 맞을 겸 열차를 타고 화서문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코스를 마무리했다.

화성은 워낙 많은 얘깃거리를 안고 있는 곳이라 그냥 무작정 걷기보다는 안내책자나 팸플릿을 지참하거나 사전지식을 어느 정도 갖고 탐방할 것을 권한다. 노인과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팔달산을 오가는 화성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글┃이윤희기자·사진┃김종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