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역전시장 다문화 푸드랜드_"아시아의 맛 이젠 수원서 즐기세요"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1-08-11 03:22 최종수정 2011-08-11 10:43
5명의 이주여성 솜씨 뽐내 "다문화사회 교류마당 될 것"
"여기야. 새로 생긴 곳인데 여러 나라 음식 골라 먹을 수 있다니까."
지난 5일 오후 6시 30분쯤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1가 '수원역전시장' 지하 1층에 있는 중국음식점으로 한무리의 직장인들이 들어섰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소홍연(34·중국)씨가 입구 옆 식탁에 자리잡은 6명의 손님들에게 식사 주문을 받고, 옆테이블에 반찬을 나르느라 분주했다.
이곳은 지난달 24일 724㎡ 규모 5개 점포로 문을 연 '다문화 푸드랜드(Food Land)'다. 다문화 푸드랜드는 경기도와 수원시가 함께 3억 5000만원을 들여 국내 거주 외국인들과 시민들에게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판매하고, 침체된 재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수원시는 지난 4월 사업자 공모를 통해 베트남·태국·중국·우즈베키스탄·몽골 등 아시아 5개국 다문화 가족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선정된 다문화 가족들은 10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음식점을 배정받았다.
1985년 준공된 수원역전시장은 1990년대까지 수원에서 가장 번화한 상가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수원 상권이 팔달구 인계동 등 신시가지로 옮겨가면서 크게 쇠퇴했다. 다문화 푸드랜드가 자리한 지하 1층도 작년까지는 2650㎡의 공간에 순댓국집 3개만 있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한낮에도 어두운 지하 공간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그러나 다문화 푸드랜드가 문을 열면서 다시 한번 부활을 꿈꾸고 있다.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소홍연씨는 작년 2월 결혼과 함께 한국에 왔다. 중국 심양 출신인 소씨는 고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어머니로부터 요리를 배웠다. 소씨가 자랑하는 가게 대표 음식은 '지삼선'이란 가지 요리다.
소씨는 "가지·피망·감자 등 신선한 야채가 들어가 중국인뿐 아니라 한국 사람들도 좋아한다"고 했다.
이날 가게를 찾은 심양 출신 장성원(44·건설업)씨는 "중국 동북지방에서는 상하이 등 남쪽 지방과 달리 소박한 가정식 음식을 즐겨 먹는다"며 "이곳에 와보니 고향에서 먹던 음식 맛을 그대로 느낄수 있다"고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고려인 김알라(57)씨는 러시아음식점을 맡고 있다. 2002년 한국에 온 김씨는 경기도청 인근에서 러시아카페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김씨가 내놓는 음식들은 야채수프 '보르쉬'와 양고기수프 '수르파', 양고기꼬치구이 '샤슬릭'등 다양하다.
김씨는 "도청 근처에 외국인복지센터가 있어 우즈베키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인들이 많이 찾는데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이곳에 러시아 음식점을 열어 그들이 자국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한국인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경남 마산에서 친구를 만나러 수원에 들렀다 식당을 찾은 예브게니아(58)씨는 "양꼬치구이가 특히 맛있고 고향 음식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고 했다.
태국음식점을 연 팥차린(43)씨는 가게 인테리어에 필요한 그림과 소품들을 태국에서 모두 공수해왔다. 팥차린씨가 추천하는 태국 요리는 세계 3대 수프로 꼽히는 톰얌꿍이다. 신맛과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톰양꿍은 영화 '옹박'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익숙한 음식이다.
팔차린씨는 "가게를 찾는 한국인 대부분이 태국 음식이 입맛에 맞다고 했다"며 "한국어를 모르는 태국인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태국어 전단지도 만들어 배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쌀국수와 월남쌈으로 유명한 베트남 음식을 만드는 레티투(37·한국명 이혜수)씨는 1998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와 식품회사를 다니며 순대나 김치, 족발 등 한국 전통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 한국인과 결혼해 정착한 뒤 2005년부터는 수원 화서동에서 순댓국집을 5년간 운영했다. 음식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이씨는 다문화 푸드랜드에서 직접 뽑은 쌀국수와 숯불로 구운 고기, 특제 양념장으로 만든 월남쌈 등을 선보이고 있다.
몽골인 서열마(37)씨는 소·양고기 찜과 양념꼬치구이 등을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 초원생활을 하며 가축을 기르는 몽골인들은 채소보다는 고기를 주식으로 먹기 때문에 몽골 음식 메뉴는 대부분 고기 요리다. 한국인들에게는 몽골식 튀김만두 '호셔르' 등이 인기가 있다.
한선희 수원역전시장㈜ 대표이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찾고 경기도 최고의 교통 요지인 수원역 근처에 다문화 음식점을 열게 돼 기대가 크다"며 "보다 많은 외국인과 시민들이 푸드랜드를 찾아 상권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홍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앞으로 2개 나라 다문화 가족을 추가로 모집해 모두 7개 음식점으로 다문화 푸드랜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