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곱 번째다. 힘든 만남이어선지 이번에도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역시’였다. 미소 띤 얼굴의 세 사람 사진과는 달리 보이는 결과물은 거의 없었다. 마치 사진 찍기 위해 만난 자리 같기까지 했다. ‘김문수-송영길-박원순’ 3단체장의 엊그제 수도권광역경제발전협의회는 그 이름이 부끄러웠다. 아니, 모양새 만남 같기까지 했다. 5기로 상징되는 이번 수도권 3단체장은 어느 때 볼 수 없이 단체장 면면에서 강팀으로 꼽히고 있다. 세 사람 모두 개혁성향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우선 그렇다. 게다가 소속당 역시 인위적 안배처럼 여길 만큼 전략과 추진력에서 3사람 모두 뛰어난 역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다. 세 사람의 야심찬 현실 인식은 미래를 여는 큰 기대를 찾아 볼 수 있게 짜였다. 김문수는 이미 대권의 길목에 서 있고, 박원순의 인기몰이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송영길은 빚더미 인천을 건져 기사회생으로 치닫고 있는 도정에 섰다. 전에 없이 송영길 향한 의외의 기대를 갖게 한 능력 평가다. 어떻게 보면 수도권을 넘어 미래 한국을 새롭게 열어갈 잠재적 지도자로 세 사람 모두는 비쳐지고 있는 터다.
지금 수도권 3단체장은 시대적으로 변환의 커다란 수도권 두 숙제를 안았다. 지역적으로는 삶의 공생과, 또 하나 중앙을 향한 정치적 규제 혁파는 새로운 수도권시대를 열어가는 공통분모와 맞닿아 있다. 수도권의 입지적 공생은 삶의 질에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다. 세 곳이 뗄 수 없는 관계의 심연으로 보아 그렇다. 수도권은 전국의 꼭 절반인 2천5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내용에 들어가 보면 노른자위로 서울은 삶의 핵으로 꼽혀 왔다. 주변 경기도와 인천은 어떻든 변방으로 꼽혀졌다. 두 곳은 서울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 됐다. 지난 30년 근대화 과정에선 어쩔 수 없었다 치자. 그러나 민주화, 자치화를 넘어 이제 글로벌시대를 맞았다. 삶은 한 지붕인데 의식의 격차는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은 취임 후 누구보다 수도권 인구 상생을 외쳤다. 하지만 일상 삶의 출발점이 되는 대중교통 하나마저 합의를 깼다. 요금인상 불일치는 그렇다 치자. 경기도 버스 진입을 막는 정류장 설치 반대는 옛 권위적 서울 관료집단의 판박이다. 변화 없는 근성 그대로 노정했다. 서울이라는 ‘위’에서 경기도라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못된 버릇은 그대로 갖고 있다. 이러고도 서울-경기의 공무원 교류를 하자고 약속했다면 그야말로 헛구호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 3개 시가 공생하는 길은 보나마나 뻔하다. 3단체장 만남에서 약속한 정책을 이루려는 관료집단을 넘어서는 3단체장 의지가 우선이다. 단체장이 이들에 휘둘리어, 되는 일 거의 없었다. 박원순의 서울 시정도 ‘반소매 복장’ 등 공직자세 같은 비정책적이나 선선히 먹힐 수가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권한을 조금이라도 침해하는 정책권에 있어서는 한 치도 양보하려 들지 않는 것이 서울 관료집단이다. 자치화 이후 단체장들이 번번이 정책 추진에 실패하는 이유다. 물론 이 점에선 김문수, 송영길 모두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인천 송 시장의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을 싸고 중앙돌파 승부수는 평가돼야 마땅하다. 지난 2년여 동안 전임 시정에 은근히 소극적이었던 송영길이 중앙정부 지원을 70%로 요구하고 나선 담대함은 수도권 단체장다운 데가 있었다. 바로 이번 3단체장 모임은 어떤 ‘결의’ 같은 가시적 발표가 없어 사실 실망했다. 수도권 3단체장의 모임은 의결권은 없지만 한국인 시대의 삶을 대표하는 대안의 성격을 지녔다. 수도권-비수도권 분화로 중앙정부가 주저하는 정책 모습을 앞서 결정할 수 있는 동력을 던질 만큼 무게가 실려야 마땅하다. 김문수는 대권에 이미 결행했고, 박원순, 송영길 또한 미래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터라서 더욱 그렇다. 수도권의 규제 완화는 한국경제의 문제이지 경기도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 빚더미 돼 버린 수도권 삶의 돌파하는 절대적 요체가 수도권 규제를 푸는 일이다. 거대한 3단체장 모임이 실이 없는 명맥만을 유지하는 느낌이어서 안타깝다. 지난 4년 김문수의 외로웠던 규제 싸움을 넘어 이제 셋이 힘 모아 새로운 수도권 프레임에 방점을 찍는 기회로 필요한 때다. 사진으로 주민에게 답하는 단체장 회의가 아닌 주어진 기회를 찾는 실용적 결과물이 요구되는 때라서 더욱 그렇다.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