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고가식 경전철 사업을 이유로 미뤄왔던 천천동 육교 설치 민원(경인일보 3월23일자 22면 보도)을 들어주기로 하자, 이번에는 육교를 이용하게 될 2곳의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서로 가까운 곳에 육교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위치도 참조

22일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천일초등학교 앞. '천천동 래미안'이란 글자가 적힌 노란색 통학버스 옆면에 '우리 아이 안전통학 육교만이 해결이다 '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그동안 주민들은 아파트와 천일초등학교 사이에 경부선 철로와 왕복 10차선 도로가 가로막혀 있는 탓에 직선거리로는 200m에 불과한 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2㎞ 가량을 돌아서 다녀야 했다며 수년간 시에 육교 설치를 요구해 왔다.

이 아파트에서 남쪽으로 500m 정도 떨어진 푸르지오 아파트. 이곳 아이들은 래미안 아파트와는 학군이 달라 단지 인근의 정천초교를 다니지만, 그동안 철로 건너편에 있는 학원가를 오가느라 정천지하차도를 이용해 역시 2㎞를 돌아서 다녀야 했다. 주민들도 철로 건너편 대형마트를 가기 위해 오랫동안 불편을 감수해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는 수년간 미뤄왔던 육교설치 사업을 사실상 확정하고 양 아파트 주민들에게 육교 위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과정에서 양 아파트 주민들이 서로 자기 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곳에 육교를 설치하라고 요구하면서 예상치 않았던 갈등이 불거졌다.

래미안 아파트 주민 대표는 "10년 전부터 제기돼온 아이들 통학문제가 핵심"이라며 "육교를 설치하기로 한게 오랫동안 민원을 제기해 온 성과라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푸르지오 주민들과 합의하라니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푸르지오 아파트 주민 대표는 "단순히 통학용으로만 사용하는 육교보다 학원가, 대형마트 등 상권과 연계돼 이용될 육교가 훨씬 효율적"이라며 "래미안쪽에서 주장하는 위치(A지점)는 우리가 주장하는 위치(B지점)보다 예산도 30억원이나 더 든다"고 반박했다.

현재 양측 주민들은 서로 아파트 가까운 지점에 육교를 설치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각각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육교 설치 계획만 확정했지, 위치를 확정하진 않았다"며 "양측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만큼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최해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