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외곽순환북부도로(일명 북수원 민자고속도로)가 민간사업으로 추진된 배경을 놓고 의혹이 일고 있는(경인일보 11월 24일자 1면 보도) 가운데, 수원시가 민간투자 적격성 검토 자격이 없는 경기개발연구원을 통해 해당 도로의 적격성 재검토를 진행하고는 마치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친 것처럼 포장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2004년 동부건설컨소시엄측이 제안한 총사업비 1천900억여원의 북수원민자고속도로건설사업을 보류했던 시는 2007년 5월 이 도로가 광교지구 광역교통계획에 확정되자 그해 12월 26일 경기개발연구원에 '수원외곽순환(북부)도로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재조사 용역'을 의뢰했다. 최초 제안 당시 사업비 1천900억원보다 1천억원이 더 오른 3천50억원으로 사업비가 조정됐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적격성 검토는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를 통해야 하는데도, 수원시는 이를 무시하고 자격 없는 경기개발연구원에 7천만원의 용역비를 주고 맡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약 6개월 후인 2008년 6월 25일 적격성 재검토 용역을 모두 마치고 시에 보고서를 제출했고, 시는 이후 민자사업 추진과정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면서 '해당 도로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재검증 용역을 완료했다'고 내·외부에 밝혀왔다.

실제로 시는 북수원 주민 등이 해당 사업과 관련해 수차례 제기한 민원에 대한 답변에서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재검증 용역 착수' 및 '사업적격성 재검증 용역 완료'라고 한결같이 밝혀왔다. 또한 수원시 내부 (보고)자료에도 이 과정은 '재검증 착수 및 완료'로 기록돼 있다.

이에 대해 이종주 북수원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자격도 없는 기관에 재검증 용역을 수행케 하고 재검증 완료라고 발표해 왔다는 것은, 사업비 급증으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재검증 문제를 마치 합법적 절차를 거친 것처럼 위장해 넘어가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시는 최근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해당사업의 재검증 필요성을 의뢰한 결과, KDI측에서 '적격성 조사 재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내옴에 따라, KDI측에 적격성 조사 재검증을 요청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2007~2008년에 7천만원이나 들여 수행한 경기개발연구원의 용역은 '헛 돈'만 쓴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당시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것은 최초 제안(2004년 6월) 이후 광교신도시 광역교통계획에 포함되기까지 3년 가까이 사업이 보류된 데다가, 사업비도 1천억원 이상 늘어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며 "당시 공공투자관리센터에도 재검토를 의뢰했으나, 이미 검토가 끝난 사업이어서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아 어쩔 수 없이 경기개발연구원에 용역을 맡긴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