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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물류 명장 박정희와 신공항 물류혁신

[월요칼럼] 물류 명장 박정희와 신공항 물류혁신

  • 변종현
  • 입력 2024-11-18 | 수정 2024-11-18 07:03 | 발행일 2024-11-18 제23면

 
 
 

만약 건국 이래 대한민국 최고의 '물류 명장'을 꼽으라면 누구를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까. 지난 13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대구경북공항 물류혁신' 정책토론회에 발표자로 나서 이 같은 질문을 던진 신환산 BEYOND LOGI 대표이사는 의심할 여지 없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단언했다. 물류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강조한 신 대표는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인천항 갑문 규모의 확대를 지시한 박정희가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물류와 경제를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했다.

잘 알려진 대로 박정희는 1964년 독일(당시 서독) 방문 중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처음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구상했다. 그리고 3년 뒤 제6대 대통령 선거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건다. 야당과 언론은 "대원군이 경복궁 짓다 쫓겨난 것처럼 박정희도 고속도로 만들다 망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그럼에도 박정희는 수출만이 살길이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경부고속도로는 물류 대동맥으로 한국경제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노선을 정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전 구간을 답사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갑문은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지역에서 선박이 쉽게 항구에 드나들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둑이다. 바다를 끼고 살아가는 경북 동해안 지역민에게도 생소한 시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적으로 드물고 아시아에서는 인천항에만 있다. 1974년 완공된 인천항 갑문은 당초 2만t급 선박에 맞춰 설계됐다. 하지만 공사 현장을 둘러보던 박정희가 갑자기 미국 뉴욕을 오갈 수 있는 가장 큰 배의 폭에 맞춰 조성할 것을 지시했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건설됐으며, 덕분에 축구장 세 개 크기인 5만t급 자동차 선박이 현재 인천항에 정박할 수 있게 됐다.

리더 한두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국가를 혁신시킨 사례는 적지 않다. 그들은 대체로 당대에 비판을 받고 후대에 평가받는 공통점이 있다. 박정희 역시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경제성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물류에 대한 안목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구국제공항이 대구경북신공항이라는 이름으로 경북 경계지역으로 이전하는 사업이 현재 추진 중이다. 신공항 또한 추진 초기엔 우호적인 여론을 얻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시·도민의 공론보다는 지자체장들에 의해 추동된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적잖은 대구시민들이 심리적으로 공항 이전에 반대하면서도 가타부타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일 것이다. 대구경북이 살길이라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극주의에서 벗어나 대구경북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섶을 지고 불로 뛰어드는 위험도 감수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신공항의 핵심으로 물류에 방점을 찍었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그 다음은 속도다. 과연 신공항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물류 허브공항이 될 수 있을까.

이날 토론회의 또 다른 발표자인 한문규 페덱스 영업부장은 지역의 수출물량이 어마어마하지만 화물기가 없어 인천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페덱스는 국제 화물 특급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운송업체다.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도 2개 도시에 취항하고 있지만, 한국은 인천 한 곳만 취항하고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잡음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물류 명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지혜롭게 풀어나가길 바란다.

변종현 경북본사 본부장


변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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