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기국제공항 건설과 과잉 물류 투자에 대한 우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기자명 김의철 입력 2024.07.01 09:00
- "항만 난립으로 인한 '제살 깎기' 경계해야...정부, 운영 최적화·효율화 기할 때"
- "화성 신공항, 반도체 수출 명분은 착각이자 문제...과잉 개발로 예산 낭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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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항 전경 [사진 =부산항만공사]
최근 국내 항만과 공항개발 정책을 보면 일본이 오래 전에 겪었던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본은 지난 2010년 8월 도쿄, 가와사키, 오사카, 요코하마, 고베 등 5개 항만을 슈퍼항만으로 개발하겠다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56개의 항만을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개발하느라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현재는 컨테이너항만에 있어 아시아의 변방에 불과할 만큼 초라한 나라로 전락했다.
과거 일본 국토교통성 아베 켄 항만국 기획관은 "1995년 이후 각 지자체별로 지역균형개발 전략과 정치 논리를 앞세워 무분별하게 컨테이너 터미널을 개발하는 등 과도한 투자가 항만 과잉을 초래했다"며 "항만시설은 넉넉한데 역량이 분산되고 물동량이 적다 보니 항만생산성과 투자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가의 항만경쟁력마저 크게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의하면 우리 부산항이 세계 7위의 컨테이너 항만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데 비해 일본은 세계 20대 항만에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그 중요성을 잃었다.
1990년대 초까지 동북아시아의 중추적 컨테이너 항만으로 역할을 했던 일본의 고베(Kobe)항은 1995년 대지진으로 인해 항만기능이 일시 정지된 후 현재까지 그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에는 일본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부산항으로 유입되면서 환적항으로서 큰 이익을 실현해오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컨테이너 부두를 건설해오고 있다.
과거 부산항은 중앙부두와 1, 2, 3, 4부두만 있던 한국은 이제 부산 북항과 신항, 광양항, 인천항, 평택당진항, 포항영일신항, 동해항에다가 건설예정인 가덕도 신항, 새만금 신항, 진해 신항 등으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원의 낭비와 제살깎아먹기인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항만의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현재 국내 각 항만과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선사나 포워더, 화주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전체 물동량 총량을 증가시키지 않고, 결국 오른쪽 주머니에서 돈을 빼서 왼쪽 주머니로 이동하는 식에 불과하다.
이는 심각한 문제로, 해양수산부와 항만공사는 적정한 항만 물동량 처리능력을 고려해 운영 측면에서 최적화와 효율화를 기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부두 건설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머스크, MSC, CMA-CGM 등 글로벌 선사들은 한국을 우습게 여기며, 우리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간에 경쟁을 촉발해 하역료를 터무니없이 낮게 지급하고 막대한 물동량을 무기로 삼아서 터미널 운영사들을 상대로 갑질 아닌 갑질을 해오고 있다.
이로 인해 부산항, 광양항 등 한국의 컨테이너 터미널 하역료는 중국 상하이 양산항보다 낮고, 미국, 캐나다, 일본에 비교해서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공항도 항만처럼 과잉 개발 문제를 겪고 있다. 국제화물공항은 한국의 국토 면적과 경제 규모와 국제항공화물 물동량을 고려할 때, 인천공항 하나로 충분하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여객과 국제화물 처리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트라이포트 정책을 시행하면 되는데, 현재 부산시에서는 트라이포트를 주장하며 부산 신항, 가덕도 신공항, 철도를 연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불필요한 재정 낭비다.
현재 국내에는 15개의 공항이 있다. 이들 중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운영인데다 유명무실한 상태다.
게다가 앞으로도 여러 공항이 건설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화성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 후보지에서 인천공항까지의 거리는 불과 1시간이면 충분한데,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물동량의 0.05%에 불과한 반도체 수출을 위해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물류는 중량과 부피에 따라 운임이 결정되며 매출이 발생한다. 40피트 컨테이너 하나에 반도체를 가득 채우면 인보이스 밸류(상품가액)가 50억원이지만, 가구를 채우면 5000만원에 불과하다. 반도체의 수출액이 가구보다 금액 기준으로는 100배가 되지만, 해상운임은 같다. 항공운임도 마찬가지다. 항공화물 역시 부피와 중량 중 큰 쪽으로 항공운임을 산정한다.
따라서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고부가가치 화물의 가액이 가구의 100배라도 물류 측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해운선사나 항공사는 특정 상품을 운송하기보다는 화물을 적재한 용기 즉 컨테이너 박스를 운송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에어인천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의 벨리카고의 화물 사업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에어 인천이 화물 전용기만 인수했기 때문에 문제가 있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부문에 약 4조원 이상의 부채가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의 경우 항공화물 물동량이 적기 때문에 상당수 화물이 여객기의 밸리에 합적되어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전용기는 11대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이 이 부분을 잘 모르고 있는 듯하다.
세계적인 항공화물 회사인 DHL, 페덱스, UPS는 자사 비행기와 리스 비행기를 합쳐 200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각사별로 700대 이상을 보유해 전 세계 200개국을 커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대선 공약으로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을 약속했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나 군 공항 이전과 교환방식으로 화성시에 국제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원시 국회의원들이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을 주장할 때, 반도체 수출을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은 착각이며 문제가 있다.
물론 여객만으로 국제공항 건설의 설득력이 없으므로 물류를 끌어들인 것인데, 그 자체가 문제다.
항공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국토교통부도 현재까지 공항 건설과 관련해 경기남부국제공항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경기도지사와 수원 지역구의원을 중심으로 밀어부치자, 결국 정부 예산을 배정하고 예타면제까지도 시도할 목적으로 경기국제공항 건설의 타당성 검토와 이해당사자들의 여론 수렴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국회는 일본의 실패사례를 교훈 삼아서 항만과 공항개발 및 운영의 최적화와 효율화를 깊이 고려해야 할 때다. 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소중한 자원과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 [사진=뉴스로드]
글쓴이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 회장(물류학 박사)은 40여년 동안 세방, 코레일 등 물류분야에서 근무하며 국내 물류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고, 한국물류관리사협회 회장직을 역임했다.
우송대 물류시스템학과 겸임교수(8년)을 거쳐 배화여대와 인천대에서 후진을 양성했다.
한국철도공사 물류자문위원, 국토교통부 우수물류기업인증 심사위원, 국가직무능력표준 물류분야 개발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구교훈 박사의 무역실무 길라잡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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