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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용의 건축美인탐구] 우연히 만들어진 건축이 형성한 도시 아이덴티티_산타페와 행궁동

 

[홍성용의 건축美인탐구] 우연히 만들어진 건축이 형성한 도시 아이덴티티_산타페와 행궁동

기사입력 2023-01-05 05:30:13 폰트크기 변경

미국 남부 뉴멕시코 산타페 마을 경관/ 사진 : 위키미디어 제공

건축을 보면 유명한 건축사들이 디자인한 경우도 있지만 불특정 다수, 일종의 지역적 특색의 건축이 만들어내는 도시경관이 있다.

건축에서는 이를 지역건축(Vernacular)이라 하는데, 지역의 재료와 문화, 기술등이 어우러져 나타나며, 지역의 건축사 작품들 역시 이런 흐름에서 나타난다. 마치 작은 세포들이 모여 전체를 구성하듯, 하나하나의 건축들이 모여 도시이미지를 만들어내며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미국 남부 뉴멕시코의 산타페는 이런 지역적 특색이 강해 산타페 스타일 또는 부에블로 리바이벌 스타일이라 말한다.

벽돌이나 콘크리트 구조에 지역의 치장벽토로 칠하고, 황토를 발라 건축을 완성하는데, 이런 건축들이 개인주택부터 관공서에 이르는 통일감과 유사성으로 도시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우연히 시작된 주민들의 건축은 70년대 히피문화의 성지처럼 여겨지며 거주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확장됐다.

이런 결과는 산타페 특유의 도시 분위기를 만들면서 미국 전역의 예술가들이 모이게 만들었고,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예술적 도시 문화는 수많은 개인 미술관들과 독특한 상점들의 골목길을 만들었다.

산타페 캐년 로드(Canyon Road)에는 100개가 넘는 갤러리와 부티끄, 레스토랑으로 구성된 매력적인 명소다.

특히, 기존 주택이나 작은 건물들이 연접해 이어진 갤러리들이 있다. 이는 뉴욕 다음으로 많은 민간 갤러리지역이기도 하다.

누가 시작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불특정 다수의 참여가 만들어낸 결과인데,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 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수원 행궁동 골목길. / 사진 : 수원문화재단 제공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행궁동 골목길과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작은 건축들이 만들어낸 도시 풍경에서 산타페의 도시구성 패턴을 읽을 수 있다.

비록 정조대왕이 정약용으로 하여금 수원성을 만들고, 행궁을 건축했다고 하지만, 수원화성행궁보다 주목받는 것은 행궁 앞의 오래된 골목길 풍경이다. 골목길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보행의 공간인데, 이런 공간을 형성하며 만들어낸 다양한 건축양식들은 행궁동만의 특유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뉴멕시코의 산타페나 수원 행궁동이나 공히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 건축가들이 참여한 작품들이 그리 풍부한 곳이 아니다.

지역에 집중해 지역의 건축적 요소들을 이용해서 형태를 만들어낸 산타페의 각종 건축들이나 연대별 건축들이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요소들로 구성된 행궁동의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낸 건축 풍경은 유사함이 크다.

놀랍게도 이들 두 장소 모두 작은 행정구역으로 도시의 이미지, 즉 정체성이 선명하다. 작고 다양한 지역 건축물들이 만들어내는 지역의 정체성은 소멸돼 가는 작은 도시들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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