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하수도 버릴 수 없다'… 수원시, 세계 최대 규모 하수 재이용 '수원 REWATER' 결실
기자명 황호영 입력 2022.12.13 18:06
지난달 30일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수원시청
우리나라는 계절별 강수량 편차가 크고, 인구밀도가 높아 물의 활용이 어려워 1인당 가용 수자원이 1천~1천700㎥에 불과한 ‘물 스트레스 국가’다.
예부터 ‘물고을’이라는 이름의 맥을 이어온 수원(水原)시는 수자원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고 물의 활용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환경수도를 자처하며 레인시티 등 물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한 것은 물론 최근에는 하수처리수를 첨단 반도체 산업의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수원시와 화성시에서 유입된 52만t의 하수를 처리하고 있는 수원공공하수처리시설 전경. 사진=수원시청
◇수원시, 삼성전자에 하수처리수 28만t 제공
2030년이면 수원시의 하수처리수가 삼성전자에 공업용수로 공급돼 반도체를 만드는 ‘초순수’로 이용될 전망이다.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물은 수돗물보다 훨씬 까다로운 수질 기준에 맞춰 고도로 정수되고 순수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여기에 수원시의 하수처리수가 사용되는 것이다.
시는 지난 11월30일 환경부 및 삼성전자와 ‘하수처리수 재이용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유관 기관과 5개 지방자치단체, 삼성전자 등 총 10개 주체가 함께 참여, 지자체 하수처리시설의 처리수를 재생해 삼성전자에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것이 골자다. 4개 지자체에서 일 평균 47만4천t을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 재이용 사업의 시작인 셈이다.
협약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생산 공업용수로 활용되는 하수 재이용량은 연간 1억7천300t에 달한다. 이는 120만 수원 시민이 일년 내내 사용하는 수돗물을 훌쩍 넘기는 양이다.
시는 하루 28만t의 하수처리수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별도의 처리시설이 건립되고, 이 시설에서 반도체 공정에 맞는 수질로 정수한 재이용수를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로 송수하게 된다.
특히 시가 공급하는 하수처리수 양은 4개 지자체가 공급하는 총량의 절반을 훌쩍 넘긴 56.9%에 해당한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 가동은 수자원공사의 공업용수 단가(침전수 기준 t당 328원) 기준으로 연간 약 335억 원 가량의 직접적인 경제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수원시가 ‘수원 REWATER’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운영 중인 파일럿 플랜트. 사진=수원시청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든 ‘수원 REWATER’
하수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는 것은 ‘수원 REWATER’라는 이름으로 2019년부터 수원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환경 정책이다.
2019년 12월 시는 한국환경공단 및 태영건설과 ‘수원공공하수처리시설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규모 하수 재이용 사업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했다.
시는 하루 32만t 이상의 재이용수 공급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고, 글로벌 환경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수요처를 찾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수요처를 찾으며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을 병행한 시는 2020년 11월 발표된 환경부의 ‘제2차 국가 물 재이용 기본계획’에 시의 하수 재이용수 32만5천t 반영을 끌어냈다. 지난해 5월 발표된 ‘K-반도체 전략’ 중 반도체 단지의 10년치 용수물량 확보 전략에 수원시 물량을 포함하는 성과도 이뤘다.
시의 노력은 올 들어 삼성전자의 ESG(지속가능경영) 목표와 맞물려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공공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재이용하는 방안을 계획한 삼성전자측과 수 차례 정밀 검토를 벌이며 민선8기 하수 재이용 사업이 현실화됐다.
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이 들어서면 직접적인 부가가치 창출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 용량 28만t은 국내 최대는 물론 세계 최고의 규모다. 따라서 재이용 시설이 건립되면 국내외의 시설 견학 및 관련 산업의 유치 등 전시·컨벤션 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을 광역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수원시가 물 산업 발전의 새로운 물줄기를 열 수 있다는 구상이다.
수원시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 살수차량을 활용해 도심 온도를 낮추고 있다. 살수용수로는 하수처리수가 사용된다. 사진=수원시청
◇수원시, 다양한 하수처리수 재이용 선도
수원시는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며 미세먼지와 열섬현상 등 다양한 도심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재이용수를 활용해 왔다. 기존에는 살수용, 조경용, 하천유지용으로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하고 있다.
처리 과정을 거친 하수에 정수 수준의 수처리를 추가해 일상생활과 산업단지 등에서 다양한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하수처리수는 신규 수자원으로 관심을 받는다.
올해 시는 수원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처리한 하수 중 854만t의 하수처리수를 재이용했다. 하수처리장을 유지·관리하는데 사용되는 장내 재이용이 대부분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시 도로에 물을 뿌리는 고압 살수차에도 6천t 이상을 활용한다.
서호생태수자원센터에서는 하루 4만7천t을 처리할 수 있다. 하루 4만t 가량의 하수를 처리해 2만5천t톤 가량을 재이용한다. 대부분은 하천 유지용수로 활용된다.
내년 연말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황구지천 하수처리시설에서는 하루에 4만5천t의 하수를 처리해 하천유지용수 등으로 활용, 하수처리수 재이용량 확대를 도모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환경부 그린시티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왼쪽)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수원시청
◇‘환경수도’ 수원이 수자원 순환 이끈다
하수뿐만 아니라 빗물 등 다양한 수자원의 원활한 순환과 재이용을 확대하는 것은 수원시의 대표적인 환경 정책의 목표다.
시는 지난 10월 그린시티 공모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환경수도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당시 대표 시책으로 꼽은 ‘레인시티(Rain City) 수원’ 사업도 물 순환 사업이다. 레인시티 사업은 도심지 빗물침투율을 높여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 예방은 물론 지속가능한 수자원을 확보하고, 시민들에게 물순환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그린빗물인프라를 설치해 빗물 유출 저감률을 개선하고, 빗물 분사로 대기온도를 저감하는 사업을 추진하며 빗물관리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공감대도 확산했다.
시는 2030년까지 빗물이용시설 30개소를 추가 설치해 연간 빗물이용 가능량을 22만여t 늘리고, 중수도 시설 용량도 확충해 6천390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빗물 이용·중수도·하수처리수 재이용 시설 등으로 2030년 기준 총 상수 수요량의 2.2%를 재이용수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오랜 기간 선제적으로 하수 재이용 사업을 준비해 수원시가 세계 최대 규모로 하수처리수를 공급하는 지자체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며 "수원시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및 산업과의 상생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행정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황호영기자
황호영 기자
alex1794@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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