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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에 라디오 진행 맡아 매주 안 쉬고 17년간 달렸죠”

“71세에 라디오 진행 맡아 매주 안 쉬고 17년간 달렸죠”

최고령 라디오 사회자 김장환 목사, 극동방송 토크쇼 ‘만나고’ 900회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입력 2022.05.07 03:00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라디오 최고령 진행자다. 그가 진행하는 토크쇼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가 900회를 맞았다. /극동방송

“이 프로그램에 나온 한 장로님이 저하고 대담하다가 ‘우리 아들이 결혼하도록 기도해주세요’ 했어요. 그런데 그 방송을 들은 다른 장로님이 ‘나는 딸이 결혼 안 했다’며 연락해 오셔서 만나게 해드렸죠. 두 분의 아들딸은 제가 주례해서 결혼했고, 아기 낳고 지금 잘 산대요.”

지난 2일 서울 상수동 극동방송 아트홀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이하 ‘만나고’) 900회 특집 공개 방송 현장. 진행자인 김장환(88) 목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400여 청중의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 목사가 진행하는 라디오 토크쇼 ‘만나고’가 20일 900회를 맞는다. 김 목사는 현역 라디오 진행자로는 국내 최고령이다. TV까지 통틀어도 송해(95)씨 다음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900회 특집 공개 방송에서 김장환 목사(오른쪽 끝)가 청중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고 있다. /극동방송

‘만나고’ 첫 방송은 2005년 1월 28일. 성우 고은정 권사와 배우 임동진씨가 첫 초대 손님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17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매주 금요일 오후 전파를 탔다. 해외 출장이 잦은 김 목사지만 이 프로그램은 꼭 녹음해놓고 출국하곤 했다.

출연자는 1000명이 넘는다. 방지일 김준곤 조용기 하용조 목사 등 목회자는 물론,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과 코미디언 구봉서, 배우 김혜자, 프로 골퍼 최경주, 축구 선수 이영표 등 출연자는 각계각층을 아우른다.

2005년 첫 방송 당시 김 목사는 이미 71세였다. 그는 “당시 교회(수원중앙침례교회)를 마무리(퇴임)하면서 청취자들과 직접 만날 기회를 갖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방송 시간은 금요일 오후 1시. 김 목사는 “라디오 방송에 좋은 시간대는 오전인데, 좋은 시간은 이미 다 잡혀 있다며 나한테는 안 좋은(?) 시간을 주더라”며 웃었다. 미국의 ‘래리 킹 쇼’를 염두에 둬 프로그램의 영어 명칭은 김 목사의 영어 이름을 따서 ‘빌리 킴 쇼’로 붙였다. 24시간 복음을 전하는 극동방송인 만큼 신앙 이야기를 기본으로 다양한 인생 이야기 들어보기를 목표로 했다.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믿다가 신앙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계기도 만들고 싶었다”는 게 김 목사의 설명.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왼쪽 두번째)가 5월 2일 '만나고 싶은 사람, 듣고 싶은 이야기' 900회 특집 공개방송에서 성악가들과 함께 찬송을 부르고 있다. /극동방송

출연자 섭외엔 김 목사도 직접 뛰었다. 극동방송을 틀고 운행하는 택시를 탔을 땐 그 택시 기사를 출연시키기도 했다. 900회를 이어오는 동안 감동적 사연도 많았다. 방송을 통해 중매를 선 경우도 많고 암 투병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를 간호하다가 견디기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딸이 택시에서 극동방송 찬양을 듣고 엄마 곁으로 되돌아간 사연을 전해오기도 했다. 이날 900회 특집에 초대받은 정신여고 최성이 교장은 “과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42년 된 낡은 체육관 개축 이야기를 했는데, 전국 각지와 해외에서 후원이 답지했다”며 ‘만나고’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가상 인터뷰를 한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으냐는 질문에 “박정희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카터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무슨 선물을 드릴까’ 묻기에 ‘선물 대신 박 대통령을 전도해 달라’고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공개 방송 녹음을 마치고 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모교인 기독교 명문 휘튼대 졸업식 설교를 맡았기 때문. 김 목사는 “양극화가 굉장히 심한데 이럴 때 희망과 위로를 드리는 방송을 하고 싶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만나고’를 계속 진행하며 청취자와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