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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용적률 500%로 상향” 1기 신도시 재건축 날개 달까

이·윤 “용적률 500%로 상향” 1기 신도시 재건축 날개 달까

중앙선데이

입력 2022.02.12 00:02

업데이트 2022.02.12 00:15

신수민 기자

대선후보 용적률 완화 공약 진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1기 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언급한 데 이어 구체적으로 허용 용적률(땅 면적에 대한 건물면적의 비율)을 500%로 상향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1기 신도시의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주택 공급 부족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용적률 상향은 지금보다 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 있게 한다는 것으로, 가구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적률 상향만으로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현실성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2026년 29만 가구 ‘입주 30년’ 넘어

수도권 1기 신도시는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5곳 총 29만2000가구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 주거지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분당신도시 시범단지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29만여 가구가 노후 주택 기준인 ‘입주 30년’을 넘게 된다. 2020년 기준 경기도 전체 30년 이상 아파트(16만5898가구)의 1.7배 물량이다. 상·하수도관 부식이나 층간소음, 주차장 부족 문제 등 주거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일부 단지에선 재건축·리모델링을 추진 중이지만, 이제 시작 단계다. 체계적인 정비 계획을 세운 신도시가 없는 데다 평균 용적률이 169∼226%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비사업이나 대수선을 해야 하는데 수도관 교체 등 대수선은 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여야 대선후보가 특별법 등을 통해 1기 신도시 용적률을 500%까지 올리겠다고 한 것도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재 1~3종까지 있는 일반주거지역에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2·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이 같은 용적률 500% 공약은 1기 신도시에만 적용하겠다는 건 아니다. 전 지역이 대상인데, 1기 신도시에 관심이 쏠리는 건 공약이 실현되면 최대 수혜지가 되기 때문이다. 용적률 상향을 통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건 결국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 주민들 입장에선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기존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는 것이어서 최신 설계와 건축 기술을 적용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확대 측면에서도 재건축이 우세하다. 반면 주택 골조를 유지한 채 외관과 내장재를 바꾸는 리모델링은 추가로 지을 수 있는 주택이 기존의 15%에 불과하다. 리모델링 위주로 정비사업을 한다면, 1기 신도시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주택이 4만5000가구에 그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주민들도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일산신도시의 한 주민은 최근 인터넷 카페에 “어떤 후보든 용적률을 완화한다는 입장이라 다행”이라며 “주거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문제는 현실화 가능성이다. 법정 상한 용적률을 상향하더라도 실제 재건축까지 가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둘이 아니다. 우선 종·상향, 4종 일반주거지역 대상을 선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규제 완화 대상이 되는 순간 재건축 사업성이 확 좋아지는 것이어서 특혜·형평성 논란이 일수밖에 없다. 용적률을 상향하면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일부 지역 혹은 신도시 전체의 용적률을 상향하면 난개발로 인해 교통 문제나 상·하수도 부족 문제 등으로 주거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 전체 미래를 보고 접근해야

서울시가 2002년 서울 미아사거리역(당시 미아삼거리역) 주변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 등으로 용도 변경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면서 당시 지역 주민들은 교통난 우려를 호소한 바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 상한제도 걸림돌이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주민(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생기면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인데, 강남처럼 집값이 폭등할 경우 부담금이 상당하다. 강남만큼은 아니라도 재초환이 유지되는 한 재건축 사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는 분양가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재건축은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주택을 일반에 팔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구조인데, 상한제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 그만큼 주민 부담은 늘어난다. 윤지해 부동산R114연구원은 “용적률을 상향한다고 해도 기부채납이든 분양가 통제든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혜택을 환수하려 한다면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미뤄질수록 도시 슬럼화나 주택난을 해결하는 사회적 비용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기응변식이 아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과)는 “정비사업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도시 전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해당 지역의 미래 개발 강도 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