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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 이전에 단 22분…이제 아파트도 NFT로 사고판다

소유권 이전에 단 22분…이제 아파트도 NFT로 사고판다

유하룡 기자

입력 : 2021.12.09 04:22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부동산 거래에도 NFT 시대 오나

[땅집고] 2021년 11월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국내 최대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행사인 'NFT BUSAN 2021'이 열려 관람객들이 NFT로 발행한 예술작품들을 감상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땅집고] 세상에서 가치가 높은 것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대체 불가하다는 것. 다시 말해 유일하다. 지금까지 이것이 적용되지 않던 곳이 디지털 세상이었다. 뭐든지 복사와 붙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NFT가 이를 바꿔 놓고 있다. 가치를 부여하는 유일무이한 디지털 정품 인증서가 생겼다.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뜻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정보가 일련번호와 함께 영구적으로 보존된다. 이제 디지털 사진, 동영상, 그림 등이 고유의 가치로 온라인상에서 거래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월드와이드웹(www)을 처음으로 만드는 동영상과 소스 원본 파일, 디지털 포스터 등이 담긴 NFT가 경매를 통해 54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결국 NFT가 메타버스와 함께 2021년 최고 키워드로 떠올랐다. NFT 거래 규모도 2018년 4096만 달러에서 2020년 3억3803달러로 급증했다.

■ “부동산에 완벽하게 들어맞다”

이렇게 급격히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NFT에 부동산도 빠질 수 없다. 부동산 거래의 가장 큰 단점인 번잡함과 긴 시간을 NFT가 단숨에 해결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 밸리 벤처 회사인 프로피(Propy)의 CEO 나탈리아 카라야네바는 지난 4월 포브스 칼럼을 통해 “NFT가 부동산에도 완벽하게 맞는다”(They also work perfectly for real estate)고 강조했다.

그리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그가 꼽은 장애물은 미국의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실제 NFT를 창출하고 상품화하는 것이었다. 부동산 소유권을 NFT를 통해 이전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미국에서는 개인 간 부동산 거래 시 타이틀 이전을 통해 소유권이 넘어가는데, 온라인상에서 NFT만 거래하면 타이틀을 이전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해결책이 있었다. 바로 미국 법적 기구(US-based legal entity)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갖게 하고, 이 회사의 소유주만 NFT 구매자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이틀 이전 등의 복잡한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땅집고] 세계 최초로 부동산 NFT로 판매된 마이클 애링턴 테크크런치 대표 소유의 한 아파트. /propy.com

■실제 부동산 거래 이뤄져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프로세스를 정립한 후, 실제 지난 6월 첫 거래에 나섰다. 스튜디오 아파트를 NFT로 경매에 부친 것이다. 이 NFT에는 아파트 실물 자산뿐 아니라, 유명 스트리트 아티스트의 디지털 예술 작품까지 포함했다. ‘경매 참여자가 있을까’라는 우려와 달리 24시간 동안 무려 40여 건의 입찰이 이뤄졌다. 결국 생전 처음 집 사기에 나선 실리콘 밸리에 사는 밀레니얼에게 아파트가 낙찰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소유권 이전에는 2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 물꼬가 터졌으니, 앞으로 실물 부동산의 NFT 거래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휴대폰으로 모든 것을 스마트하게 처리하길 원하는 MZ 세대 중심으로 인기를 끌 수 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앞으로도 주류 거래 방식으로 자리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택담보대출도 NFT로

NFT가 주택담보대출에도 손을 뻗었다. 모기지 대출 기관인 론스냅(LoanSnap)은 최근 NFT 모기지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150만 달러 가치가 있는 7건의 주택담보대출 담보를 묶어 NFT를 발행한 것이다. 론스냅은 낮은 이자와 빠른 대출 승인, 유연한 상환 조건의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이 대출 신청자의 신용점수, 수입 대비 빚 비율, 주택 가치 등을 영구적으로 보관하게 하면서 다른 대출 비용을 낮췄다. 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주택담보대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땅집고] 디지털 아트 세계를 불태운 NFT가 곧 170억 달러 규모 모기지 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게티이미지

■비판적 시각도 많아

하지만 NFT를 장밋빛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간단하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쉬운 결정이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비트코인 계좌 해킹 같은 일이 NFT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또 기성세대에게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한 블록체인 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으면서도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자산을 발명해 냈다”며 NFT 판매자를 사기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세계적 경매업체인 크리스티의 전 경매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구매한다는 문화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NFT가 부동산의 실물 자산 거래에 사용되면, 실체가 없다는 비판은 유효하지 않다. NFT가 부동산 거래 도구가 될 수 있고, NFT 에이전트는 부동산 에이전트 대신 거래 수수료를 받는 세상이 올 수 있다. 그런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