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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토론] '대장동'이 부른 개발이익 환수 논란

[이슈토론] '대장동'이 부른 개발이익 환수 논란

기사입력 2021-10-21 06:10:29

경기 성남시 대장동에서 시작된 '대장동 이슈'가 '적당한 개발 이익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이 투자한 돈에 비해 1000배의 수익을 얻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민 감정이 악화하자, 정치권에서는 너도나도 앞다퉈 개발이익을 제한할 수 있는 일명 '대장동법'들을 내놓으며 개발이익 환수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장동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모든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민간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의 정도와 공공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의 정도에 대해서 점검할 필요는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대장동'이라는 특정 사건 하나를 계기로 단순히 민간과 공공으로 돌아가는 수익의 비율만 조정하거나, 참여 주체에 제한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적당한 이익'에 다가갈 수 없다고 조언한다. 오히려 도시개발 사업에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움츠러들면서 택지 개발사업이 축소되고 결국 장기적으로 주택공급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 이번 대장동 이슈가 우리 사회에 '개발이익의 적정함'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특히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들이 총 3억5000만원을 투자해 분양수익과 배당금으로 지금까지 8000억원을 챙겼다는 주장이 알려지면서 이러한 수천 배의 이익이 적당한가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이하 김덕례) = 과도한 개발이익은 환수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대장동의 경우 정상적인 사업장이라고 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한 프로젝트에 수십 억 원을 투입하고 100억 원을 받았다면 이 정도로 분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1000만 원을 내고 100억 원을 가져갔으니 분노하는 것이다.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모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하 서진형) = 야권에서는 대장동 사업에 대해 사실상 공공사업으로 포장된 민간사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국민정서에 맞지 않음은 분명하다.

△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발사업 시 민간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의 비율을 낮추거나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법들이 발의됐다. 공공 사업자가 참여한 법인이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할 때 함께 참여한 민간사업자의 투자 지분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거나,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을 총 사업비의 6%로 제한하는 내용 등이다.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은형) = 도시개발법으로 수익률을 제한하는 것은 추상적인 조치다. 사업지마다 규모가 다르고 여건이 다른데 일률적인 숫자를 적용할 수는 없다. 공공이 사업 자체를 주도하고 민간사업자에게 하도급을 주는 방식이라면 수익률을 제한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업을 그렇게 진행할 수는 없다.

: 서진형 = 수익률을 6%로 제한하면 선뜻 뛰어들 민간사업자는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민간의 도시개발 참여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신규 아파트의 공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심교언) = 개발 사업 축소가 다른 산업으로까지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당장 내놓는 법안들이 포퓰리즘적이지는 않은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 대장동 사업은 민간과 공공과 함께 한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민관이 함께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가 조성한 택지는 민간택지로 분류한다'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공공택지로 분류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그래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공공이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 사업시행자로 나서 개발 사업을 할 경우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자는 법안도 발의됐다.

: 심교언 = 공공이 수용권을 행사하는 사업이라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임대주택 건설 등 공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공공이 수용권을 행사하는 국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수십 년 동안 살던 원주민을 쫓아내고 고급 아파트를 짓는 것은 정당화되기 쉽지 않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원주민들 설득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공의 수용권은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국가보위입법회의(국보위)에서 만든 법이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 서진형 = 공공이 참여하는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민간사업자가 개인을 모두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수용을 통해서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줄 의무가 있으니 이를 어떻게 확실하게 제도화할 것인지 운용의 묘를 찾아야 한다.

△ 결국 문제는 '적당한 이익이 얼만큼이며, 얼마나 환수해야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가'인 것 같다. 개발 사업에서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찾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송승현) = 민간사업자가 공공이 함께 하는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는 민간 분야에서 마땅한 사업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기도 때문이다. 민간이 홀로 개발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먹을거리가 점점 줄고 있으니 이러한 택지개발 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면이 있다. 이번 대장동 이슈만으로 민간사업자의 사업 참여에 제한이 강화된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수익률을 또 조정하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국민 감정 때문만이 아니라 다양한 개발 사업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한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은형 = 과거 1990년대 IMF가 터지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의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내리라고 지시한 적이 있다. 산업별로 적당한 부채비율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해외 사례에 비춰 검증할 시간도 없이 적용하다 보니 부작용이 많이 일어났다. 개발이익 환수 비율보다 앞서 논의해야 할 것은 '정당한 사업 절차'다. 적절하지 않은 절차를 밟았을 때 어떤 처벌을 내릴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 김덕례 = 예를 들어 당장 개발부담금 부담률을 50% 이상으로 올리거나 하는 등의 조치는 자칫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개발 사업에 환수절차나 심의절차가 분명히 있었는데 왜 대장동 사건에서는 그 절차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문제다. 사익과 공익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어떻게 개발이익을 환수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항상 있었다. 대장동 논란은 사회 현상이라기보다 하나의 사건인데 이 사건을 기준으로 보고 보편적인 제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냉철하게 문제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제도를 바꾼다면 충분히 시뮬레이션한 뒤 보편적이라는 판단이 들었을 때 부작용까지 따져보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 심교언 = 가장 이상적인 개발 사업은 공공이 주도할 때는 공공이 모두 책임지고, 민간이 주도할 때는 공공이 이를 관리ㆍ감독하며 제어하는 것이다.

오진주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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