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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1억을 어떻게 구하냐” 잔금대출 막힌 예비입주자들 ‘발동동’ [부동산360]

“당장 1억을 어떻게 구하냐” 잔금대출 막힌 예비입주자들 ‘발동동’ [부동산360]

2021.10.03 05:01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은행들 대출한도 축소…일부는 중단
잔금 집단대출 막힌 수분양자 ‘비상’
분양시장서도 “중도금 대출 불투명”


서울 한 시중은행 앞에 게시된 대출 광고.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입주가 한 달 남은 시점에 대출기준이 바뀌었어요. 당장 1억원을 어떻게 구합니까. 말도 안 돼요. 사전예약부터 꼬박 11년을 기다렸는데… 내 집인데 입주도 못 해보고 송두리째 뺏기게 생겼어요.” (이달 경기도 하남 감일지구 입주를 앞둔 A씨)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따라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인 데 이어 집단대출까지 옥죄기 시작하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이는 물론 당장 입주를 앞둔 이에게도 빨간 불이 켜졌다.

정부는 상환 능력을 넘는 과도한 대출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무주택 서민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이 잇달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 8월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이달부터 대출 한도 축소에 돌입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말 대비 6% 이하로 맞추라고 지시한 여파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집단대출과 관련해 입주 잔금대출을 취급할 때 담보조사 가격 운영기준을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바꾸기로 했다. 사실상 한도를 줄여 대출금액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현 시세를 기준으로 잔금대출이 가능해 비교적 여유롭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분양가를 담보 기준으로 할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이 상당 폭 줄어 입주자가 마련해야 하는 자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분양자가 세워둔 자금조달계획이 틀어지게 되는 셈이다.

당장 돈줄이 막히면 금리가 높은 제2, 제3금융권으로 내몰릴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입주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놓일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대출규제로 내 집 마련의 길이 막혔다는 아우성이 쏟아진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파트 잔금대출과 관련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원글이 수건 게재됐다. ‘생애최초 주택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라는 제목의 글은 이날 오전 현재 2만5000여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히면서 청약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통상 사업주체인 건설사나 시행사가 금융사를 통해 중도금 집단대출을 알선해주지만 최근 들어선 민간업체는 물론 공공조차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며 중도금 대출 불가를 안내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인천 검단신도시 AA13-1블록 공공분양주택 입주자를 모집하면서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며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를 분양한 시행사도 “중도금 대출 알선은 사업주체나 시공사의 의무사항이 아니다”고 명시했고 이달 분양하는 ‘더샵 하남에디피스’도 중도금 대출과 관련해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규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애꿎은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집을 대출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금융의 도움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고 장기간 상환해 내 집을 만들고 이를 자산으로 주택연금 등으로 남은 생활을 하는 게 생애주기”라며 “대출을 과하게 해주는 것도 문제지만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금융을 공급하지 않는 것은 경제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그러면서 “금융의 본질은 경제활동에 있어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의 정의가 과연 작동하고 있는가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