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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끝] 꺾이지 않는 부동산…실수요 대출 '어떡해'

[저금리 시대 끝] 꺾이지 않는 부동산…실수요 대출 '어떡해'

입력 2021.09.09 10:40

수정 2021.09.09 10:49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가계대출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원인인데…"일단 대출부터 받지 말아라"
부동산·대출 규제, 결국 실수요 피해에 수요만 자극, 막힌 대출에 풍선효과

가계대출 증가세 원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지만, 정부는 대출만 틀어막고 있다.ⓒ연합

부동산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부동산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가장 큰 배경이다. 자산 가치 상승 기대가 높은 곳에 자금이 몰린다.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결과, 대출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은행권 대출을 전방위로 조이고 있다. 대출이 늘어 부동산이 오르는 게 아니라 부동산이 올라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전제하면 '주객전도'이다. 원인을 잘못 짚은 대책은 대출 수요만 자극시킨다는 진단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달에도 대출 증가세는 이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8월중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7조2000억원 늘어났다. 전세대출은 전월과 동일한 2조8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도 8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4조3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조2000억원 증가했다. 7월 증가액(9조7000억원)보다 증가규모가 줄었으나, 6월(6조3000억원) 수준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가계부채 증가는 부동산 대출이 주도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 잔액(764조2000억원)은 전달보다 5조9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지난 7월(6조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매년 8월을 기준으로 보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네 번째로 많이 늘었다.

이와 관련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19조6천299억원)은 올해 가계대출 전체 증가액(28조6610억원)의 68.5%를 차지했고, 특히 전세자금대출 증가분(14조7543억원)이 51.5%로 절반을 넘었다.

가계부채 규모를 끌어올린 부동산 관련 대출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은 10%가 넘게 상승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KB리브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달 말 기준 125.8(2019년 1월 14일 기준 100)로, 지난해 12월 28일(110.2)보다 14.15%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7.3에서 130.9로 11.59% 높아졌다.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도 전국은 107.2에서 116.0로 8.21%, 서울은 113.3에서 122.8로 8.38% 각각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대출만 틀어막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8%대를 넘어서면서, 연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틀어막힌 대출 수요는 다른 곳에서 터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은행권 가계대출 조이기에 따른 풍선 효과로 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잡는 동시에 가계부채량을 조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결국 대출 질을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6월 말 현재 보험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12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난 규모로, 1년 전보다는 2조9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원리금을 소득의 40% 이내로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린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사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9조8000억원으로 3개월 동안 1조원 늘었다. 올 1분기에도 1조6000억원 증가했던 주택담보대출은 2개 분기 연속 1조원 넘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원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있는데, 대출만 틀어막아서는 수요만 자극시키고, 돈줄이 막힌 수요자들에게 우회 대출만 유도하게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출 질은 급격히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출 옥죄기는 효과도 없는데다 실수요자에게 피해만 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중이다. 지난달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계부채 총량규제가 진행되면서 문제점 드러나고 있다"며 "신용·전세대출 등 성격을 가리지 않고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이뤄지다 보니 청년,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 상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총량규제를 하다 보니 실수요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 대출, 집단대출은 실수요 대출인데 사실 최근에 많이 늘고 있는 게 이 부분인 만큼 실수요자를 고려한 가계대출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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