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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1년 명암]“나 때문에 전셋값이 폭등했다니요”···새 임대차법은 억울하다

[‘새 임대차법’ 1년 명암]“나 때문에 전셋값이 폭등했다니요”···새 임대차법은 억울하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입력 : 2021.07.21 06:00 수정 : 2021.07.21 06:01

ㆍ부동산 시장 지표 살펴보니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래 1년간 전·월세 거래량이나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 모두 시행 전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세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폭등한 매매가격과 청약대기 수요 등이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임대차법은 ‘전세품귀’와 ‘가격폭등’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곤 했지만, 각종 지표가 보여주는 사실은 이와 다르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마지막주 아파트 전세가격은 임대차법 시행 전인 전년 6월 동기 대비 전국 기준 10.27% 상승했다. 직전 해 같은 기간 전세가격이 2.75% 오른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뛰었다. 하지만 이 기간 매매가격이 11.12% 오른 점을 감안하면, 전세가격은 매매가격 상승폭에 맞춰 움직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뜻하는 전세가율도 지난해 6월(71.1%)과 올해 6월(70.0%) 간 큰 차이가 없다.

1년 만에 전셋값 10% 껑충

11% 뛴 매매가 영향 크고

청약대기 수요 등 원인 지목

전·월세 거래도 큰 변화 없어

갱신 만료되는 내년 8월 전후

전문가들 ‘전셋값 폭등’ 경고

국토교통부가 전·월세 계약 확정일자 기준으로 집계한 자료를 보면, 1년 사이 전·월세 거래량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 5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은 17만3631건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6월(18만7784건) 대비 7.5% 감소했으나 전년 동월(17만747건) 대비로는 1.7% 늘었다. 지난 5년간 5월 전·월세 거래량 평균은 15만1018건으로, 이와 비교하면 올해 5월 전·월세 거래량은 1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전세실종이나 월세전환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지난 5월 전세 거래는 10만3466건으로 지난해 6월(10만8520건)에 비해 4.6% 줄었다. 반면 지난해 5월에 비해서는 2.0% 증가했다. 전·월세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5월 59.5%로 지난해 6월(57.7%)보다 늘었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는 씨가 말랐다”던 일각의 주장과는 상이하다.

지역별로도 차이는 크지 않다. 수도권은 지난 5월 전세 거래량이 7만3062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6월(7만5830건)보다 3.6% 감소했다. 지난 1월에 6만8637건으로 줄어든 적도 있지만, 3월엔 8만8356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상반기 평균(7만6880건)을 뛰어넘기도 했다. 서울의 지난 5월 전세 거래량은 3만2509건으로 지난해 6월(3만4591건) 대비 6.0% 줄었다. 다만 계약갱신청구권이 전세시장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감안하면 급감했다고 보긴 어려운 수치다.임대차법 시행 직후 감소세를 보이던 수도권 전세매물도 최근 들어 매달 4만건대 후반의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차법이 전세가격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두고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임대차법 하나만을 ‘절대적 요인’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전세시장 수급불균형이 나타난 시점이 임대차법 시행 직후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 한 해 동안 오른 전세가격은 임대차법 시행뿐 아니라 예년보다 줄어든 입주물량, 저금리, 보유세로 인한 세부담 전가, 청약대기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전세 임대료가 오른 주된 이유로 임대차법을 지목하기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후폭풍’을 우려한다. 새 임대차법은 시행 시점 기준으로 계약이 1개월 이상 남은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31일 체결했던 갱신계약이 만기되는 시점인 2022년 8월31일 이후로는 집주인이 임대료를 5%보다 높게 받는 신규계약이 가능해진다.

서울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 중에서도 2년 뒤 부담이 커질 것 같아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대인은 최근 시세대로 임대료를 받으려 만기 날짜를 기다리는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보다도 앞선 내년 봄 이사철부터 전세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집주인들이 통상 계약만료 6개월 전쯤부터 계약종료 통보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3~4월쯤부터는 신규계약을 전제로 전세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향후 갱신계약이 종료된 뒤 체결되는 신규계약의 경우 기존 가격 대비 수억원 이상 임대료가 오를 우려가 있다”며 “여당이 지난 총선에서 도입을 언급한 신규계약에 대한 전·월세상한제 역시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갱신계약과 신규계약 사이 전세가격이 큰 격차를 보이는 이른바

‘이중가격’ 현상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문제다. 서울세입자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8~12월 사이 강동구 롯데캐슬퍼스트 전용면적 84㎡ 전셋값 최저가와 최고가 격차는 4억원(최고 9억원·최저 5억원)에 달했다.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전용 58㎡는 1억2100만원(최고 3억2000만원·최저 1억9900만원), 강서구 우장산 힐스테이트 전용 84㎡는 2억원(최고 7억원·최저 5억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계약갱신 주기가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었기 때문에 적어도 한 ‘사이클(4년)’이 시장에서 지나봐야 임대차법 시행 후 전·월세 시장의 가격이 어떻게 수렴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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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7210600015&code=920202#csidx6c39b343bd9ecabafa436791ebbfe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