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문’ 마음 얻을 수 있을까
김희원 기자
승인 2021.01.14 17:46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지사가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이 지사 견제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재명 지사의 위협에 이어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부상하면서 지지율 열세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연초 승부수를 띄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도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만 불러왔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드라마틱’한 지지율 상승은 이루지는 못했으나 대선주자 지지율 20%대를 유지하며 1위를 넘나들고 있다.
그동안 이낙연 대표가 우위에 있던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 지사가 이 대표를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9∼11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재명 지사(45.3%)가 이낙연 대표(32.0%)를 13.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지난 12월 같은 조사에서는 이낙연 대표(39.5%)가 이재명 지사(34.7%)를 4.8%포인트 차이로 앞질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친문 민형배 ‘이재명 지지’, 친문 분화 조짐
그러나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려면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 세력의 지지가 필수다. 그러나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 후보 경선과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친문 진영과의 앙금을 아직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본선 경쟁력을 상실할 경우 친문 진영이 제3의 후보로 정세균 국무총리나 이광재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띄울 것이라는 관측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지사가 대선주자로서 몸집을 키워갈수록 이 지사를 향한 친문의 견제도 가시화되고 있다.
친문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전 주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하자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지원금을 모든 주민들에게 일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전 국민 지원도 중요하고 경기진작도 중요하지만 어떤 조치도 방역태세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나가면서 수원시장인 염태영 최고위원 등에게 “의원들도 그렇고, 지자체장도 그렇고 이 지사가 나오면 말을 안 한다. 눌려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14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발언에 대해 “경기도에서 소비진작 재난지원을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에 대해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있는데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고 있다”며 “당내 이견 표출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두관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 협력해야 한다”며 “김종민 최고위원이 경기도 자체의 두 번째 재난지원금을 지적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환영한다”고 가세했다.
정세균 총리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하자고 주장한 것과 관련 “저는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다.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일부 강성 친문이 자신에 대해 ‘비토’를 하더라도 본선 경쟁력을 내세워 ‘친문 갈라치기’로 경선 통과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친문은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지 않고 분화돼 있다”며 “강성 친문은 이재명 지사를 반대하지만 누가되든 본선 경쟁력이 높은 사람을 밀겠다고 생각하는 친문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지사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며 “이 지사는 강성 친문은 반대하겠지만 자신의 주장에 동의하는 친문도 많을 것이라고 보고 친문을 갈라치기 하면서, 비문과 중도가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분석대로 친문 분화 현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호남 출신이면서 친문인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이 이재명 지사 지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민 의원은 지난 12일 한 언론을 통해 “현재 시대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지금 상황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더 적합하다”며 “당의 목표가 재집권인데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 의원은 “이낙연 대표가 사면론을 이야기하면서 미련을 버렸다”면서 “호남이라서 이낙연을 지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와는) 코드가 잘 맞는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의 ‘이재명 지지’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호남과 친문 세력 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민 의원의 ‘이재명 지지’가 친문 전반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 당정협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 지사가 그동안 친문을 향해 화해의 손짓을 보내왔지만 강성 친문의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뉴시스 (공동취재사진)
◇ ‘문재인 정부 가치 계승 선언 필요’ 지적도
민주당의 당헌은 대선 선거일(2022년 3월 9일) 180일 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도록 돼있다. 일각에서는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당헌을 그대로 따른다면 민주당은 9월 초까지는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이 지사가 본선에 진출하려면 올해 예정된 대선 후보 경선 이전에 친문과의 앙금을 반드시 풀어내야만 한다.
이 지사도 지금까지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립각을 세운 것과 관련 “어느날 지지율 좀 올라가니까 회까닥했다. 싸가지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할 수 있고 그래야 나도 활동할 공간이 생긴다” 등의 언급을 하며 친문을 향한 화해의 손짓을 보내왔다. 그러나 강성 친문이 이 지사에게 갖고 있는 거부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서는 이낙연 대표의 퇴진과 이재명 지사의 출당을 둘러싼 찬반투표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재명 출당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 게시글에는 “매번 정부 정책에 태클을 건다” 등 이 지사에 대한 비판 댓글이 달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강성 친문이 이 지사에게 표출하고 있는 거부감의 밑바탕에는 지금까지 두드러진 독자행보를 해왔던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될 경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퇴임 후 안위가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 지사가 친문 세력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고 민주당 경선에서 친문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가치와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친문들 입장에서 보면 이재명 지사에게 신뢰가 안가는 여러 가지 부분들이 있는 것”이라며 “우선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을 벌였던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지사가 자기 나름대로 파이팅을 보여줬지만 위험한 선을 넘나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친문들 입장에서는 이 지사가 포퓰리스트 아니냐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 지사가 정치를 친노‧친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이 지사는 향후 문재인 정부의 가치, 국정철학,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한 승계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고 스스로 친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해야 한다”며 “이 지사가 자신만의 노선을 펼쳐간다고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해야지 그것을 완전히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하겠다고 나선다면 경선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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