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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비행장 인근 주민들 "백혈병·암환자 발생시키는 열화우라늄탄은 공포"

수원비행장 인근 주민들 "백혈병·암환자 발생시키는 열화우라늄탄은 공포"

폭발땐 인근 2만여가구 이상 피해… 주민들 "탄약고 당장 이전하라" 반발

전문가 "방사선 유출포탄 피폭 우려"

수원아이파크시티발전위원회가 지난해 1월 수원 제10전투비행단 인근에 설치한 탄약고 이전 촉구 현수막의 모습. 사진=독자제공

수원 제10전투비행단 탄약고에 보관 중인 미국 공군의 ‘열화우라늄탄’이 폭발 시 인근 2만 가구 이상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인근 주민들이 공포에 빠졌다.

18일 수원시, 주민 등에 따르면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는 70여년 전 한국전쟁 당시부터 보관돼 온,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사용하고자 했던 133만 발의 열화우라늄탄이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천연우라늄을 원자로에 쓰는 핵연료로 농축하고 남은 폐기물을 이용해 만든 포탄이다. 단단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1991년 걸프전에서 처음 사용된 뒤 백혈병과 암 환자를 대량 발생시키면서 반인륜적 무기로 규정됐다.

방사선이 흘러나오는 포탄이 도심 한복판에 보관된 데다 시설 역시 노후화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만약 폭발사고가 난다면 탄약고 반경 5㎞ 이내 수원아이파크시티나 권선자이 e편한세상 등 대단지 아파트를 포함해 화성 봉담과 병점, 오산 등지까지 폭발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

여기에 1975년 맺은 대한민국 공군과 미국 공군의 매그넘 협정에 따라 폭발사고가 일어나도 미국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게 전해지면서 미국이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협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원아이파크시티발전위원회가 지난해 1월 수원 제10전투비행단 인근에 설치한 탄약고 이전 촉구 현수막의 모습. 사진=독자제공

수원아이파크시티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얼마전 레바논에서 발생한 큰 폭발을 보고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폭발 사고 위험이 나와 내 가족의 일이 됐다"며 "방사선까지 흘러나온다고 하니 너무 무섭고, 이사를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선자이 e편한세상 단지에서 만난 주민 B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가구가 정말 많은데 백혈병과 암 환자를 만드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포탄이 내 집 바로 앞에 있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미 공군의 무기임에도 폭발 사고 시 책임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책임이 없다면 관리에도 소홀할 텐데 폭발하면 그냥 다 죽으라는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아이파크시티발전위원회는 앞서 이 같은 문제와 관련 수원 제10전투비행단 탄약고 이전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열화우라늄탄 폭발에 대해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방사선이 흘러나오는 포탄이기 때문에 주거시설과 떨어진 곳에 보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는 "열화우라늄탄이 다른 포탄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조금이나마 방사선이 나오는 포탄이다 보니 폭발했을 때 날아가 깨진 파편들이 방사선을 내보내면 주변 사람들이 피폭될 우려는 있다"고 설명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열화우라늄탄은 표적에 충돌하는 등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폭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노후화로 인한 자체 부식이나 화재에 따른 고열에 방사능 물질이 흘러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다.

한편, 평택시 서탄면에 위치한 오산공군기지에도 47만 발의 열화우라늄탄이 보관돼 있다. 오산공군기지는 한국에 주둔하는 2개의 미 공군기지 중 하나로 미7공군 사령부가 있으며 제51전투비행단이 배치돼 있다.

양효원·김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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