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진과 대나무 숲 - 김종석 기상청장
파이낸셜뉴스입력 2020.09.23 18:05수정 2020.09.23 18:05
'지진이 발생하면 대나무 숲으로 피하라'는 옛말이 있다. 왜 대나무 숲일까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은 대나무의 뿌리에 있다. 대나무의 질기고 강한 뿌리는 수십 킬로씩 서로 얽혀가며, 땅속에서 튼튼한 그물망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서는 대나무 숲을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며, 지진이 나면 산짐승들은 대나무 숲으로 간다고 한다.
이처럼 지진에 대한 두려움은 옛날과 오늘날 별반 다르지 않다. 지진이 발생하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는 본능이 '대나무 숲'을 찾아낸 것이다. 오늘날 기상청에서는 온라인으로 새로운 대나무 숲을 만들었다. 바로 온라인 '지진안전 캠페인'이다.
'지진안전 캠페인'은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관측상 가장 큰 지진이었던 '9.12 지진(규모 5,8)'을 통해 경각심을 갖고 지진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 기상청과 행정안전부에서는 2018년부터 9월 12일을 전후로 매년 '지진안전주간'을 지정해 캠페인을 개최해 오고 있다.
기상청의 대나무 숲은 또 있다. 바로 '지진 서비스'다. 2011년 3월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불안이 크게 고조됐다. 이에 기상청에서는 당시 5분 이상 걸리던 지진통보시간을 초 단위로 단축하기 위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을 대상으로 지진조기경보체제를 도입하게 됐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나 위기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기상청은 지속적인 지진 관측망 확충과 지진분석기술 고도화를 통해 2016년 9.12 지진 발생 당시 지진관측 후 27초 만에 지진조기경보를 발표했고, 현재는 최단 7초까지로 단축해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진정보 제공을 위해 2017년부터는 지진통보 발표체계를 개선했다. 규모에 따라 신속정보(지진조기경보, 지진속보)와 상세정보(지진정보)로 구분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신속정보'는 국민의 불안감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모 3.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정확성보다는 빠르게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 자동으로 분석된 정보를 전달하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상청 '날씨알리미 앱'으로 지진발생 시 사용자 위치기반으로 언제 얼마나 강한 지진파가 사용자가 있는 곳에 도착할 것인지,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등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지진은 빨리 알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지진에 잘 대처하기 위해 대피요령을 잘 숙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진에 대한 국가대응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기상청에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통해 대나무 뿌리와 같이 튼튼한 그물망을 만들고 지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지진정보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김종석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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