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종전부동산 뚜껑 열어보니···60% 공공이 매수
최종수정 2020-08-28 17:42
매각 종전부동산 102 중 61개 정부 등 公이 매수 ‘매입공공기관 매각’으로 이름만 바뀐 곳도 22개 일부 공사는 재매각 부담에 끙끙···‘눈 가리고 아웅’ 업계 “정부發 대책 필요”···국토부 “특혜시비 우려” |
국토교통부에서 매각을 주도하는 종전부동산의 절반 이상이 국가 및 공공기관에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종전부동산을 일반에 매각해 공공 부채를 메운다는 당초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7일 본지 확인 결과 매각된 종전부동산 102개 중 61개(59%)를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정부부터 서울시·화성시·수원시 등 지방자체까지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매수했다.
최근 매각이 결정된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역시 SH공사가 공공임대주택을 공급을 목적으로 매입했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서초구 부지는 농림축산식품부에 기부채납을 결정했다. 안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지는 안산시청이 매입했다.
더욱이 업계 관계자들은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부 종전부동산을 타기관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매입해 이전 비용을 보태주는 형태가 다수다. 이는 종전부동산 매각의 고질적 문제”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수 년전부터 종전부동산이 타 공공기관에게 부담을 주는 식으로 처리되선 안된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단적인 사례가 ‘매입공공기관 매각 대상 부동산’이다. 이는 사업성이 떨어져 팔리지 않은 종전부동산을 지정 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농어촌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떠안는 형태의 매각이 이뤄진다.
조사결과 총 22개 종전부동산이 ‘매입공공기관 매각대상 부동산’으로 변경됐다. 공공성을 띈 기관에 매입된 61개의 36% 수준이다.
이는 종전부동산이라는 이름표만 뗐을 뿐 사실상 ‘미매각 종전부동산’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매입공공기관 매각 대상 부동산을 소유한 공사 중 정부 요청으로 부채를 지고 매입한 부동산은 해당 공사에 큰 짐이다.
매입공공기관 매각 대상 부동산을 소유한 한 공사 관계자는 “LH와는 다르게 자체 개발 경험이 많지 않은 농어촌공사와 자산관리공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부동산 매입 후 재매각을 해야한다”며 “국토부에서 종전부동산 매각 실적으로 발표하는 것도 사실상 눈가리고 아웅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공공성을 띈 기관에서 종전 부동산을 매입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크게 상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종전부동산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이유는 사업성이 확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중앙119가 소유한 남양주 별내동 종전부동산도 그린벨트로 묶인 곳이다. 만약 일반에서 이를 매수해 용도변경을 하더라도, 지자체에서 요구하는 기부채납 비율이 많게는 70%를 넘는 경우도 있어 일반 매수자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업계는 이를 해결키 위해 국토부 측에서 현 상황에 가르마를 타줄 수 있는 당근책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궁극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매년 종전부동산 매각 설명회를 열어도, 결국 지금까지처럼 타공공기관에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져 매각이 어려운 종전부동산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용도변경을 매수자 책임으로 돌리는 대신 국토부에서 나서 지자체와 협의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남은 7곳은 규모가 크고 활용도가 떨어져 매각이 어려운 곳이지만, 정부에서 용도변경을 돕는 등 당근책을 제시한다면 이미 종전부동산을 매입한 기관 및 일반 측에서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대신 국토부는 소유 기관과 협의를 통해 가격을 낮춰서라도 하루 빨리 처분을 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국토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지 않는 영향도 있다”며 “남은 종전부동산을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해 시장에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crys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