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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공룡 폭주 막기 위한 이재명 도지사의 도전

유통공룡 폭주 막기 위한 이재명 도지사의 도전

억강부약 행정 통해 전통시장·골목상권의 르네상스를 연다

기사입력2020-06-06 00:00

중이기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골목상권·전통시장 초토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 이들의 골목시장 침탈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지역에서 돌아다녀할 돈이 대규모점포(3000㎡이상)의 본사 소재지인 중앙으로 쏠리는 블랙홀을 깨고자 하는 실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파격적인 도전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4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관련 취약노동자 및 행정명령대상 영세사업자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파트너, 중앙정부도 못했던 유통재벌을 규제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정부·여당이 대규모점포 입지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지난해 9월 유통법 개정이 아닌 국토교통부 훈령을 바꿔 대규모점포 입지 제한의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결론은 말잔치로 끝났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핑계고, 유통재벌을 규제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규모점포 사업자가 건축허가를 받고, 개설·등록 절차를 거쳐 건축준공 인가를 받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건축허가, 개설·등록, 건축준공 절차 인·허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이다. 지자체장이 인·허가권을 활용하면 대규모점포의 입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인·허가권을 무기로 유통공룡의 폭주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수원시 등 11개 기초지자체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대규모점포 입지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개정을 추진 중이다. 준주거·근린상업·준공업지역 내에서 용도지역 지정 취지에 적합하지 않은 대규모점포의 입지를 제한해,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한편 골목상권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규모점포는 건축허가 이후 등록 절차에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관할 지자체장에게 제출해야한다. 전자에는 대규모점포 출점에 따라 인근 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술하고, 후자는 대규모점포와 전통시장·중소상인 간의 생생협력 방안을 담아야한다.

 

이 때 영향평가서와 협력계획서가 미진할 경우, 지자체장은 그 사유를 명시해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지만 실효성이 없다. 평가서와 계획서 제출 시점은 대규모점포가 사실상 완공된 상태로 영업개시 직전이기 때문이다. 수년간 수백억이상 돈을 들여 이미 완공한 점포 영업을, 지자체장의 반대 때문에 포기할 만큼 유통재벌의 힘은 약하지 않다.

 

설사 인근 상권에 피해가 크고 중소상인과의 상생방안이 부실해도, 지자체장이 대규모점포 개설·등록을 거부할 법적 근거도 없다. 실제 2011년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윤종오 울산 북구청장이 소상공인 보호 등을 이유로 대형할인점 코스트코의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해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결과 패소해 울산 북구청은 손해배상금 등으로 5억700만원을 코스트코 측에 지급했다.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코스트코 입점을 반대했던 윤 북구청장, 구상금청구소송의 피고가 되는 등 지금도 여전히 고초를 겪고 있다.

 

골목상권도 살리고 또다른 ‘윤종오’가 되지 않기 위해 이재명 도지사가 한 선택은 조례개정이다. 도시계획단계에서 지자체장이 대규모점포 입점을 금지할 수 있는 있는 법적 근거를 조례에 명시하는 방안이다. 조례개정의 출발점은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71조, 이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조례를 통해 준주거·근린상업·준공업 지역의 건축을 제한할 수 있다. 준주거·근린상업·준공업 지역 내에서, 이들 용도지역 지정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대규모점포 건축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골목상권 보존 프로젝트는 조만간 가시화된다. 경기도와 11개 시는 이미 시·군 사례분석을 통해 ‘표준조례 개정안’도 만들었다. 올 하반기부터 도시계획조례 개정절차를 진행해, 11월까지는 경기도와 11개 시 모두 조례개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억강부약(抑强扶弱),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준다는 의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연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권한을 가진 중앙(지방) 정부가 특히 對민 행정을 집행할 때 견지해야 할 기본원칙이란 말도 여러 번 들었다. 신체의 절대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돌팔매질이었다. 유통공룡에 맞서 힘겹게 버티는 골목상권의 우리네 이웃들에게, 이재명 지사의 도전이 다윗의 돌팔매질과 같은 무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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