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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군 반환 공여구역, 희생 아닌 희망의 땅 되려면

[기고] 미군 반환 공여구역, 희생 아닌 희망의 땅 되려면

임순택

기사입력 2020.01.30 21:15

최종수정 2020.01.30 21:15

한글 보다 영어로 쓰인 간판을 더 찾기 쉽고, 한국음식을 파는 가게만큼이나 다양한 외국 음식을 만나볼 수 있는 도시. 도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동두천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국적인 풍경에 새삼 놀라곤 한다. 마치 미국의 한 도시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동두천의 이같은 모습은 6·25 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수도권 중북부의 군사적 요충지로 인식되면서 시 면적의 절반 가까이가 미군에게 사용권을 부여하는 ‘공여지’가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역상권 역시 미군들을 중심으로 조성됐고, 여느 지역과는 다른 풍경을 보이게 된 것. 이러한 현상은 비단 동두천뿐만이 아니라 경기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접경지인 탓에 전국 주한미군 공여구역의 87%가 경기도에 몰려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 70년 가까이 국가안보와 미군 주둔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많은 희생을 감내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미군 주둔으로 인한 지역개발 지체, 정신·재산 피해를 경제적으로 추산하면 의정부, 동두천, 파주 등 경기북부 3개시에서만 약 37조 원에 달하고, 군사훈련으로 인한 소음공해, 교통체증, 규제, 도시 이미지 훼손 등 지역주민들이 겪는 일상 속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다행히 현 정부에 들어서 미군 반환 공여구역의 국가주도 개발을 중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주한미군사령부와 협력해 조속한 기지 반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반환이 미뤄지고 있는 곳이 경기도에만 6곳이 존재하고, 반환이 됐다 하더라도 방대한 규모나 높은 땅값, 각종 규제 등의 이유로 지자체 차원의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는 반환공여구역을 희생이 아닌 희망의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지원이 낙후지역에 대한 균형발전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특별한 희생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생색만 내는 ‘시혜’가 아닌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면서 10조 원의 상당의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공사비 1조5천억 원을 국비로 지원했던 것처럼, 경기도 미군 공여구역에도 똑같은 방식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평택기지 이전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경기도내 지자체와 민간에 토지를 유상으로 매각했던 사례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

경기도 역시 민선7기 들어서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며, 반환 공여지 개발 촉진에 적극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현재 행정안전부가 ‘반환공여구역 조기 활성화 방안 마련 정책연구 용역’을 추진 중임을 고려해 경기도가 몇 가지 정책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독일의 연방부동산관리청(BImA)나 필리핀의 기지전환개발청(BCDA) 등과 같이 반환공여구역 및 주변지역의 개발을 전담하는 조직 설립이 필요하다. 재정자립도가 어려운 지자체 여건상 시·군 자체 개발은 한계가 있다. 전담기구 설치를 통하여 전국의 반환공여구역에 대한 매각·개발·관리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둘째, 국가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는 도로, 공원, 하천에 대해서만 토지매입비를 60~80% 지원하지만, 이제는 도민들의 근본적인 삶의 질 증진을 위해 공공·문화체육시설이나 도시기반시설 확충까지 국비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경기북부 시군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감안해, 주변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국비 보조율을 기존 50%에서 70%까지 상향할 필요가 있다.

셋째, 민자 사업 촉진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다. 현재 반환시기의 불확실성과 높은 토지가격 등으로 투자자 확보가 곤란한 실정이기 때문에, 사업자의 부담금 감면범위와 기준을 제도화함으로써 민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

이제는 형평성 있는 지원정책을 추진해 새로운 산업과 시설을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안보를 위해 70년 가까이 희생을 감내해온 지역주민들의 아픔을 국가가 직접 보듬어야 할 때다. 대결과 긴장의 땅이 아닌, 평화를 이끌 희망의 땅이 되려면 말이다.

 

임순택 경기도 균형발전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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