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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뺀 상한제…"가벼워진 정책 무게, 신뢰는 흔들"

한발 뺀 상한제…"가벼워진 정책 무게, 신뢰는 흔들"

조선비즈

이진혁 기자

 

  • 입력 2019.10.02 11:40

국토교통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처방을 번복하면서 수요자들로부터 강한 불신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애초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사업이라고 하더라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했는데, 1일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입장을 틀었다. 수요자들은 말이 ‘유예’일뿐이지, 사실상 국토부가 예상치 못한 주택시장 과열에 꼬리를 내린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라클래시’ 견본주택. 이 아파트 1순위 청약은 평균 1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제공

국토부가 상한제 관련 보도자료를 낸 건 지난 8월 12일. 당시 국토부는 "효과적인 고분양가 관리를 위해 상한제 지역 지정에 따른 효력의 적용 시점을 일반주택사업과 같은 ‘최초 입주자모집승인 신청한 단지’부터로 일원화한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경우 원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상한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상한제를 피해 후분양으로 돌아서는 단지가 나타나자 이를 규제하기 위해 국토부는 상한제 적용 기준을 확대했다. 정비사업은 보통 조합 설립 이후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일반분양, 준공 순으로 진행되는데, 상한제 적용 시점을 관리처분인가에서 입주자모집승인 신청을 하는 일반분양으로 미룬 셈이다.

이후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상한제 적용 기준을 최초 입주자모집승인신청으로 바꾼 것은 소급 적용이며,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자 국토부는 이틀 뒤인 14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관리처분인가를 받아도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에 대한 사실 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며, 관리처분인가에 포함된 예상 분양가, 사업가치는 법률상 보호되는 확정된 재산권이 아닌 기대이익에 불과하다"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도 앞으로 제도 개선 완료 때 이에 근거해 상한제 적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도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이다. 강동구 둔촌주공,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남구 은마아파트, 용산구 효창6구역, 동대문 이문3구역 등 42개 재건축·재개발조합원 1만2000여명(주최 측 추산)은 지난달 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상한제 시행을 중단하라는 주장을 하며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국토부 태도가 달라진 건 집회 이후다. 국토부는 9월 23일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개정안의 입법예고를 마쳤다는 자료를 발표하며 "입법예고 기간 총 4949명이 관리처분인가 단계 사업 적용 제외, 소규모 사업 적용 제외 등 총 218건의 주요 의견을 제출했다"며 "의견을 충분히 검토해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10월 중 개정을 마칠 계획"이라고 했다.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사업도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근거를 꼼꼼하게 설명했던 태도가 한 달여 만에 누그러졌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생각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분노가 크다고 느낀 것 아니겠느냐"며 "이후 상한제 적용을 언급하며 틀어막았다고 생각한 재건축 아파트도 다시 가격이 오르면서 적용 유예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책 시그널(신호)이 바뀌면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깨져 시장 혼란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애초 주택시장에 보낸 신호를 한 달여 만에 바꾸면서 시장은 정부가 사실상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책의 무게가 가벼워졌고, 신뢰가 깨진 것이다.

심지어 정비사업장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받고 있어 상한제가 적용되는 것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지금 분양하나, 6개월 이후에 분양하나 일반분양가를 시세만큼 받기 힘들기 때문에 크게 매매가가 뛸 만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번 대책과 상관없이 "재건축 아파트가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은 이미 정책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상한제를 처음 언급했을 때도 시장에 ‘공급 부족’이라는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서울 집값이 꿈틀거렸는데,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상한제 정책 보완으로 반사이익을 얻은 관리처분 인가단지는 서울에서만 60여곳"이라며 "내년 4월까지 일반분양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 실수요자들의 서울 정비사업 일반분양에 대한 관심과 공급 러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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