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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분양가 상한제 예고에도 집값 오르는 까닭은?- (이금미 경제부장)

[데스크칼럼] 분양가 상한제 예고에도 집값 오르는 까닭은?- (이금미 경제부장)

 

  • 이금미
  • 기사입력 2019.09.22 22:14

 


 

정부의 민간택지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추진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상한제 시행계획이 발표된 이후 신축 등 기존 아파트값은 여전히 오름세다. 여기에 하락하던 재건축 가격마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서울의 집값 상승세를 잡겠다고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내밀었지만, 집값 상승은 되레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교통·개발 호재와 맞물린 경기도 집값은 곳곳에서 ‘최고가 경신’을 향해 질주하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주 서울 25개 구 가운데 보합을 기록한 관악구를 제외하고 24개구에서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강수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12주 연속 강세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0.04% 상승하며 전주(0.02%)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주까지 4주 연속 오름세다.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지역은 성남(0.25%)으로 분당(0.13%→0.28%)과 수정(0.16%→0.25%) 등 지역내 개발 호재가 있거나 입지여건이 양호한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됐다. 서울이 뛰면 분당도 강세를 보인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매수가 활발하지 않아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내놓는다는 것. 구리(0.21%)와 과천, 광명(이상 0.18%)은 상승폭이 다소 줄었지만 견조한 매매가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근 집값이 강세인 구리, 광명은 GTX나 지하철 연장 등의 호재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발표되면 아파트값이 내려갈 줄 알았는데 재건축만 일부 반짝 하락했을 뿐 기존 아파트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내 9천여 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공급을 앞둔 수원 팔달구 재개발구역도 각종 호재를 등에 업고 급등세를 타고 있다. GTX C노선, 노면전차(트램) 등 교통 호재와 더불어 분양가 상한제 예고 여파가 대기수요를 부르는 양상이다. 팔달 6주택 재개발구역 ‘수원 힐스테이트&푸르지오’는 일반분양이 예정되면서 가장 빠른 사업 진척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단지에 형성된 프리미엄은 59㎡ 기준 1억5천만 원 선이고, 84㎡형은 로열층 기준 2억6천만 원 이상 치솟았다. 지하철 매교역과 트램(2022년 예정) 노선이 인접하고, 수원역과 도보접근이 가능한 교통 요충지이기 때문. 인근 업자는 “인기지역의 릴레이 고(高)분양가 행진을 막고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예고하면서 규제가 약한 지역 내 ‘알짜’ 단지로 실수요자와 투자자가 몰린다”고 풀이했다. 규제 적용 이후 재건축·재개발 등의 정비사업 둔화를 예상한 투자자들의 대체 투자처로 주목받는다는 것.

이달 들어 긴 하락을 멈추고 반등 조짐을 보이는 지방 아파트값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조선 경기 침체 등으로 2년6개월간 긴 하락세를 보이던 울산 아파트값이 지난주 하락을 멈추고 보합 전환했다. 대구도 지난주 0.01% 올라 지난해 12월 말 이후 38주 만에 상승전환하는 등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이에 지난주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10개월여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이 같은 아파트값 상승세에 시장에서는 각종 교통·개발 호재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온갖 규제를 펼치면서도 신도시·GTX 건설, 지하철 연장 등 각종 개발 호재를 동시에 내놓아 집값 불안을 부추긴다는 얘기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를 둘러싼 부처 간 엇박자도 주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은 앞으로 집값이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재건축을 제외한 일반 아파트값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혼재한다. 저성장·저물가 시대에 집값만 나홀로 상승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중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일반분양을 앞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그러나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자금과 함께 내년부터 본격화할 3기 신도시 등 어마어마하게 많은 보상비는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등 규제 압박과 동시에 과열된 청약시장도 아파트값 하락의 여지를 없애는 또 다른 불안 요인이다. 이래저래 눈앞에 닥친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의 향배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금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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