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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목소리]성매매, 합법화되어야 할까?

[우리들의 목소리]성매매, 합법화되어야 할까?

허예진 기자

발행일 2019-07-29 제11면

 

집창촌 폐쇄·압력으로 해결안돼
기본권·안정된 삶 양립 고민해야

 
광주 경화여고 허예진

중학생 때 친구와 수원역에 갔다가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보았다. 번화가에서 택시를 타고 골목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도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통유리로 된 건물은 좁은 칸들로 나뉘어 있었고 그 안에는 각종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앉아있었다.

그곳은 소위 말하는 홍등가였다. 다소 충격적인 경험으로 나는 성매매 합법화 문제와 성 노동자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매매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성매매가 불러오는 부정적인 파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성매매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은 고귀한 것으로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 노동자 중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매매는 여성의 성 상품화를 가속화할 위험성이 크다.

또 성 매매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무력화하는데 성 노동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페미니스트 케이트 밀렛은 그녀의 저서 '팔려진 성'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남성들이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구매하는 대상은 섹스가 아니라 권력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우리가 그 명령을 따르기를 기대한다. 그(남성)들이 옳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야말로 가장 굴욕적이다. 자신의 존엄성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미국, 북유럽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 매매 여성의 70~90%가 유년 시절 남성 가족 구성원에게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런 폭력의 희생자들은 타인의 요구에 따라 행동하는 데 익숙해져 있어 남성 고객이나 포주에게 자신을 저항 없이 내맡긴다고 한다.

성매매를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나는 성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생계를 위해 성매매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성 매매 여성들이 부양할 가족이 많아서, 가족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함 등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업종에 종사한다고 한다.

 

유흥업소 단속을 강화하고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기만 한다면 이들은 삶의 기반을 잃을 것이다. 또 집창촌을 철거하면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음성 성매매 업소에서 일해야 한다.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살펴보면 이런 곳은 방음 처리가 잘 되어 있어 폭행을 당해도 모르며 불안하고 위험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실제로 영등포, 청량리 집창촌이 축소되면서 이곳을 떠난 여성들은 수원역 앞 집창촌으로 유입되었다고 한다.

집창촌 폐쇄에 대한 압력, 강제 철거로는 더 이상 성매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건전한 성 윤리의 확립과 성매매 여성들의 기본권 신장 및 안정된 삶이 양립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성매매 처벌 제도를 이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합법화해야 하는지 신중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광주 경화여고 허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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