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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부동산 당국자들의 속마음 - (김선걸 부동산부장)

[매경데스크] 부동산 당국자들의 속마음 - (김선걸 부동산부장)

 

 

 

 

 

결국은 부동산이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결국 문재인정부가 그토록 비난하던 `부동산 투기`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고가 부동산 소유를 죄악시해온 이 정부의 접근법으론 이들은 죄인이었다. 더구나 부동산 투기에 대한 분노의 불길을 지펴놓은 주체가 정부였기에 이들을 변호할 방법이 없었다.

 

스스로 놓은 덫에 걸려버린 셈이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집 가진 국민들을 몰아붙였다. 지난해 말까지 총 11개의 크고 작은 규제를 내놓고 주택 보유자들을 압박했다. 대출 규제, 양도세, 보유세, 청약제도까지 강화하고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동원했다. 심지어는 전국 각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된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까지 군사작전하듯 감행하고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집 가진 사람들에게 집을 팔라고까지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든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집값이 여전히 높다.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지체 없이 추가 대책"이란 발언이 대표적이다.

집값은 떨어질 것이고 지금 집을 사면 손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놨다.

이번 정부는 검증 안된 어설픈 주택 정책으로 서울 집값을 무려 31.7%(부동산114의 2918개 단지 전수 분석 결과) 올려놓았다. 전 정부 당시의 유동성 확대 등도 영향을 미쳤겠으나 현 정부가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집 없는 국민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자 극약처방을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과연 정권이 주술처럼 쏟아내는 `부동산 필패론`을 그들 스스로는 실제 믿고 있을까. 답은 그들의 행동에 있다.

필자는 김 전 대변인이 흑석동 재개발 계약을 지난해 7월 2일에 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때는 한반도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서 있던 때다.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 12일에 싱가포르에서 미·북회담을 했다. 청와대는 9월 평양 회담까지 푹풍 같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초긴장의 비상대기 상태였다. 이런 때 김 전 대변인은 석연찮은 대출까지 마련해놓고 청와대를 빠져나와 복잡한 상가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문 대통령이 "살 집이 있느냐"고 물어봤다는데, 마음속으론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진노했을 것 같다.

`집을 팔라`고 하면서 뒤에선 집을 사들였다. 평범한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거액 대출까지 받아서 말이다.

이 정부 장관급 이상 중 7명은 여전히 다주택자다. 다주택자가 아니라도 최정호 후보자처럼 공직 임명 전후로 팔거나 친인척에게 증여한 경우가 많다. 김현미 장관도 두 채였다가 장관 수행 중에 한 채를 팔았는데 그것도 친동생에게 팔았다. 최정호 후보자가 집을 팔지 않고 딸과 사위에게 증여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가족·친척에게 돌려가며 꽁꽁 싸매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 현 정부의 정책을 지속하면 집값이 오른다고 확신하는 것 아닌가. 공직자의 재테크 자체는 탓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인 경제대국이다. 청와대 대변인이나 국토부 장관이 20억원 정도의 합법적인 부동산 투자도 못한다면 자본주의라 부르기도 힘들다. 그러나 본인들은 집을 사들이면서 정보가 부족한 국민들에겐 `사지 말라`고 하는 것은 기만적이다. 또 지금처럼 대출을 막아놓으면 신혼부부 등 한창 내 집 마련 적기의 젊은 세대는 손해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격이다.

물론 선의로 `부동산 필패론`을 확신하고 행동하는 인사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본인이 믿더라도 의미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라. 자본주의에서 시장가격은 경제주체들이 결정한다.

 

정부의 `부동산 필패론`은 청와대 대변인과 그의 부인조차 믿지않고 빚을 얻어 집을 살 정도다.

정권 핵심도 설득 못하면서 온 국민을 설득해 시장을 움직일 수 있을까.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풀어 공급을 늘리고 시장거래를 활성화하라. 그래야 집값도 안정되고 청년 일자리도 살아난다.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인 정책은 자유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

[김선걸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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