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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면제와 부동산 시장의 아편과 누룩

예타 면제와 부동산 시장의 아편과 누룩


정부가 ‘지역 균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역대급’ 사회간접자본시설(SOC) 개발 카드를 꺼냈습니다. 전국 16개 지역에 총 24조 원 규모의 23개 철도·도로·산업단지 조성 사업에 예비 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지요.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 발전을 끌어내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규모 공공투자사업(500억 원 이상, 국고 재정지원 300억 원 이상의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할지 말지’를 따져보는 제도인 예타를 건너뛰는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예타 면제 사업의 적정성 문제를 제쳐 둔다면 대규모 SOC 사업은 ‘국민편의’와 ‘지역균형’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하지만 SOC 사업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 초대형 호재로 작용, ‘땅값과 집값 상승’이라는 부작용도 가져옵니다. 부동산 투자자로서는 토지시장의 가장 민감한 재료인 ‘대규모 국고 투입과 개발’이 병존해 ‘투자의 호기’이기 때문이지요.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는 SOC 개발이 부동산 가격의 자연스러운 상승만 불러온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한국적 부동산 문화’는 이를 용인하지 않는 현상을 보여왔습니다. 실제 지난 시절 수많은 SOC 사업은 시중 여윳돈과 막대한 보상금이 개발지역 주변 토지로 쏠리면서 투기 논란을 부르는 등 국가 전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쳐왔지요.  

앞으로 2∼3년 후 예타 면제 SOC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개발의 종’을 울리면 투자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 의도와 상관없이 저금리에 따른 시중 여윳돈과 토지보상금이 예타 면제 SOC 사업 주변 토지 시장에 유입되면서 ‘투기의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대규모 국고 투입이나 개발 호재가 없었던 지난해 전국 지가 상승률(한국감정원 조사)이 4.58%로 2006년 5.62% 이후 최근 12년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지난해 토지보상금 16조 원 중 상당액이 재투자됐기 때문입니다. 올해 토지보상금 22조 원(추산)도 토지 등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고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월 29일 24조 원이 넘는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지난 연대 SOC 개발과 토지 시장 급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합니다.  

정부는 예타 면제가 토지 투기와 부동산 급등이라는 ‘아편’으로 작용하지 않고, 국민 편의와 지역균형이라는 ‘누룩’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타 면제 사업 지역 토지 시장이 꿈틀거리기 전에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토지 매입자 자금출처 조사 등 정부의 강력한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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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환 기자 / 경제산업부 /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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