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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해 내수·성장·일자리 잡겠다는 현 정부 구상은 '夢想'일 뿐 - 민중의 삶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삼는 진보 정권이 경제 위기 불러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최저임금 인상해 내수·성장·일자리 잡겠다는 현 정부 구상은 '夢想'일 뿐 - 민중의 삶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삼는 진보 정권이 경제 위기 불러 -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입력 2018.07.20 03:17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9/2018071902993.html)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파가 문재인 정부를 강타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간당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올리는 공약을 위반하게 되었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통치자의 정의감만으로는 경제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쓰라린 교훈이다.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무시한 국가의 개입은 '시장의 복수'를 부른다. 정부 지시만으로 경제가 순항한다면 빈곤한 나라가 있을 리 없다.

한국적 산업혁명의 뒤안길에는 OECD 국가 최악의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국민적 행복 지수가 교차한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의 성취와, 한국인의 일상을 압도하는 불만·불안의 부조화가 하늘을 찌른다. 대대적 복지 확대와 재분배 없이는 나라의 앞날이 어둡다는 생생한 지표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의 비명에 응답하는 비상조치다. 하지만 비상조치의 궁극 목표는 안정된 경제적 일상을 회복하는 데 있다. 경제적 충격요법은 실물경제가 감당할 수 있게끔 정교하고 유연해야 한다. 그러나 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독단적인 데다 서투르기까지 하다.


문재인 정부는 사면초가에 빠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수 확대, 경제성장, 일자리 만들기라는 세 토끼를 잡는 그림은 몽상(夢想)으로 드러났다. 소득 증가 혜택이 공공 부문과 대기업 종사자에게 집중되지만 이들의 추가 수입조차 물가 폭등으로 허공에 사라진다.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수혜자여야 할 저임금 노동자들은 일자리 자체가 줄면서 더 어려워졌다. 임금 부담 폭증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은 불복종 운동까지 거론한다. 시장 참여자 모두가 공평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당위론이 경제적 취약 계층을 더 괴롭히는 탁상공론으로 전락하고 있는 건 희대의 역설이다.

최저임금에 국한된 문 대통령의 사과(謝過)는 사실 과녁을 벗어났다. 정부의 경제 운용 실패로 국민경제가 위기를 겪고 있고 각 경제 주체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담대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체제의 물꼬를 튼 성과와는 달리 경제 부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 난국의 책임을 보수 정부 9년 탓으로 떠넘긴 더불어민주당조차 실물경제가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한다.

경제는 원래 경세제민의 준말이다. '세상을 경영해 민중의 삶을 편안케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제는 '재화와 용역의 생산·분배·소비'라는 현대 경제학의 정의보다 넓고 깊게 이해해야 한다. 본래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를 가리켰던 시장도 시장경제로 진화함으로써 경세제민의 지평으로 대폭 확장되었다. 경제학(economy)의 어원이 가정 경제(oikos)와 학문(nomos)에서 비롯된 사실(史實)도 의미심장하다. 경제의 근본이 가정에서 시작해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교훈을 웅변한다. 삶의 근본인 안정된 가계(家計)를 창출하는 시장경제 운용은 국가 통치술의 핵심이다.

역동적 자생성은 시장경제의 본질이며 가격은 살아 움직이는 시장의 준거다. 예컨대 대학생 과외비는 수십 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수요공급의 법칙 때문이다. 불공정을 이유로 과외 가격에 정부가 개입하면 부작용이 양산된다. 최저임금도 비슷하다. 미숙련 노동자도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건 문명국가의 절박한 과제다. 원도급 대기업의 횡포나 프랜차이즈 본사와 건물주들의 불법은 엄히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임금 인상 당위론이 지금처럼 시장 자율성을 깊숙이 침해하면 경제적 약자가 더 궁박해진다. 이른바 시장의 복수 현상이다. 경제를 자율 조절하는 가격의 역할은 무시한 채 시장을 건너뛴 현실 사회주의 중앙 통제경제는 인민의 고통과 국가경제의 파탄을 낳았을 뿐이다.

물론 시장경제는 만능과는 거리가 멀다. 국가 실패처럼 시장 실패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재벌 체제의 순기능은 살리되 역기능은 고치는 일이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자생적 시장과 공정 지향 정 부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국가 통치술의 궁극적 과제다. 따라서 '보수 세력이 최저임금의 대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진보 진영의 비판은 공허한 당위론에 불과하다. 경세제민으로서 경제는 구체적인 우리 일상을 편안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건 현실에서 작동하는 이상론이다. 민중의 삶은 진보 정권의 실험용 모르모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정치철학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9/201807190299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