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실에서] 돼지저금통과 수원특례시 - (염태영 수원시장)
6·13 지방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선거캠프로 묵직한 돼지저금통 하나가 도착했다. 망포동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지난 11년간 모은 동전을 후원금으로 보내주신 것이다.
할머니는 2005년, 우연한 기회로 청와대에 초청되어 가신 적이 있다고 했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속가능발전 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일할 때였다. 멀찍이서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를 보고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다음 해 수원시장 후보로 나온 나를 알아보시고 언젠가는 전달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하신 것이다.
돼지저금통을 꽉 채운 38만8천930원의 동전은 나에겐 액수 이상의 큰 울림이 되었다. 할머니가 동전을 모았던 11년간 이어진 정성이 나에게는 4년의 임기를 오로지 수원시와 수원시민의 행복을 위해 한결같이 보내야 한다는 무언의 채찍질로 여겨졌다.
시장 재임 중에도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지만 선거 기간에 비할 바는 아니다. 흔히 말하는 ‘계급장’ 떼고 만나는지라 솔직한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시에 ‘되고 보자’ 식의 선심성 공약을 내놓기에도 좋은 기간이다. 이번 선거 기간 중 나는 한 단체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선거에 나온 후보가 네, 네 하는 말 믿지 마세요. 당선된 후에 무슨 말을 하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그게 진짜입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선거 기간 중 온라인 소통 창구, 후보자와의 간담회, 그리고 37개 단체의 정책제안서를 포함해 422건의 정책 제안을 받았다. 수원시 고등학생 동아리부터 전국 단위의 시민단체가 전국의 후보자들에게 배포한 것까지, 담겨 있는 내용이나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수원시의 현실을 반영한 사업 내용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뒤따라야 ‘진짜’ 사업이 된다.
이를 위해 나는 시장 취임과 동시에 ‘더큰수원 기획단’을 출범시켰다. 담당 공직자는 물론이고 분야별 전문가, 정책을 제안했던 단체 회원, 일반 시민을 포함하여 74명이 참가한다. 4개 분과로 나뉘어 내가 시민들께 약속드린 77개 공약과 422건의 시민제안 사업들을 검토하고, 향후 4년의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한 달간 활동할 것이다. ‘더큰수원 기획단’은 시민의 눈높이가 모든 사업의 기준이라는 평소의 원칙대로 후보시절 제시한 공약에서 거품은 걷어내고 실행 가능성 한 단계 더 높여줄 것이다.
7대 분야 77개의 공약은 수원시가 앞으로 4년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경제, 복지, 교육, 시민자치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세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중 ‘수원특례시’ 실현이 민선7기를 통해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약속이다. 수원시는 인구가 125만에 이르는 광역시급 도시임에도 행정체계 상으로는 여전히 기초자치단체여서 행정적, 재정적으로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 특례시가 되면 재량권이 늘어 경기도-중앙정부로 이어지는 불필요한 행정처리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원시민이 추가로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도 경기도에서 배분되는 세수만 약 3천억 원 가량 늘어나 교육, 복지 등 많은 재원이 필요한 시민 숙원사업들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지난 8년간 지역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중앙정부의 일방적 정책이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혼란과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했던 경우들을 수차례 경험했다. 지방정부가 더 많은 행정적·재정적 권한을 갖고, 지역발전과 주민에 대한 책임을 키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민생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수원특례시’는 그런 점에서 ‘수원 맞춤형 지방분권의 모델’이자 민선 7기에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주춧돌인 셈이다.
수원특례시는 어쩌면 시민들께 드리는 돼지저금통일 수도 있다. 11년의 정성으로 묵직해진 돼지저금통이 할머니의 품을 떠나 세상에 나왔듯이, 지난 8년 간 시민의 참여에 힘입어 튼실해진 수원시가 이제 ‘수원특례시’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세상에 선을 보일 때가 되었다. 시민들께서 허락하신 4년의 세월은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쓰일 수 없다. 오늘 하루의 지극한 정성이 ‘더 큰 수원의 완성, 수원특례시’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염태영 수원시장
'◐ 수원특례시의 종합 > *염태영( 前 수원특례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초자치단체장에게 듣는다] “100만 도시에 맞는 행정 필요 ‘수원특례시’ 실현에 역량 집중” - 염태영 경기 수원시장 (0) | 2018.07.20 |
---|---|
“소방공무원은 수원의 큰 자산” 염태영 시장, 수원소방서 방문 (0) | 2018.07.18 |
염태영 시장 취임포부 "사람중심 더 큰 수원 완성" (0) | 2018.07.03 |
[인터뷰] 염태영 수원시장 당선인 "특례시 실현 정치력 총동원… 군공항 이전 시민주도 공론화 필요" (0) | 2018.06.19 |
[포토] 염태영 수원시장, 선거 다음날 시정 복귀 (0) | 2018.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