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염태영 수원시장 당선인 "특례시 실현 정치력 총동원… 군공항 이전 시민주도 공론화 필요"
지난 15일 오후 염태영 수원시장 당선인이 수원시청에서 팔달구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수원시장 '당선증'을 전달받은 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염태영 수원시장이 해냈다. 민선 초대 수원시장을 지낸 故 심재덕 전 시장(2선)과 지난 지방선거 때 재탈환을 노렸던 김용서 전 시장(2선) 모두 3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시민들의 '3선 피로감' 징크스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염태영 당선인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그 징크스를 보란듯이 깨버렸다. 지난 8년 간 오롯이 시민들만 바라보며 약속사업을 이뤄나간 점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정작 염태영 당선인 자신은 '3선' 타이틀이 달갑지 않다는 눈치다. 지난 15일 이제 막 당선증을 전달받은 염태영 당선인을 직접 만났다.
◇ 수원시 최초 3선 시장이 갖는 의미는?
"3선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혹자들이 '3선', '3선' 강조하는데, 정작 시민들은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원시장을 3번 한다는 사실보다는 그동안 얼마만큼 시정을 잘 이끌었는지, 시민들과 약속했던 공약이나 사업을 얼마나 지켰는 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번 선거 기간에도 확실히 느꼈다. 실제로 밖에 나가봤더니 '3선'은 오히려 상대방 측 후보가 강조하는 '프레임'에 지나지 않았다. 정치계 인사들만 3선을 강조할 뿐, 시민들은 그냥 지난 민선 6기 동안 '잘 했던' 시장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는 것이다. 반대로 다른 나라나 우리 어느 한 자매도시만 보더라도 선수에 제한이 없다. 연령에만 제한을 둘 뿐. 일본에는 10선 이상을 지낸 단체장도 여럿이다. 다만, 우리나라 정치 특성상 3선 이상일 경우 한 사람 중심으로만 행정이 재편될 수 있어서 그에 대한 우려가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 역시 시민들께서 모두 판단해주시고, 저 또한 항상 시민들을 최우선에서 더 큰 수원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가슴에 새겨 시정을 이끌려고 노력하겠다."
◇ '네거티브' 공세가 유난했던 선거였는데?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네거티브'는 심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도가 더 심해 시민들도 눈살을 찌푸렸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가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더하지 않을까 선거 기간 내내 걱정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더 이상 이런 방식의 선거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다. 시민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다만 실망스러웠던건 한 상대방측 후보가 자신의 정책은 뒷전으로 한 채 선거 끝까지 비방에만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한 후보 뿐만 아니라 한 정당 전체가 시민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반대로 이번 선거가 긍정적이었던 점은 지난 선거에 비해 훨씬 많은 단체나 시민들이 정책제안서를 보내거나 우리 측 공약을 확인하고 반응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시민들도 갈수록 정책 선거를 지향한다는 반증이다. 정책 선거, 클린 선거는 후보 혼자 외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원시민들은 이미 소리 없이 정책 선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 민선 7기는 어떤 모습일지?
"먼저 저 염태영을 믿고 선택해주신 수원시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시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압도적 지지로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 건설'에 매진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 대한민국 역사가 새로 쓰여지고 있는 이 시대에, 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수원시민들과 함께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수원시민들이 제게 주신 사랑과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여러분과의 약속, 책임을 갖고 반드시 실천하는 민선 7기를 보여드릴 것이다. 이번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계급장을 떼고, 시민들과 얼굴을 맞대며 여러 민심에 귀를 기울였다. 동네 골목 어귀에서, 시장 입구에서, 제 손을 잡고 시민 여러분이 부탁하신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이 수원의 미래이고 염태영의 약속이 될 것이다. 현재 이렇게 모여진 정책과 제안들을 모아서 정리하는 과정 중에 있다. 빠르면 6월 말쯤 '시정혁신기획관'이 마련돼 민선 7기의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수원시 공직자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 시민단체 대표, 해당 이해관계자 등으로 구성해 시민들이 말씀하신 정책·제안들을 정리하고 다듬어 앞으로의 4년을 준비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 주요 공약으로는?
"가장 먼저 '더 큰 수원'의 완성을 위한 '수원특례시 실현'이다. 가진 모든 정치력을 동원해 추진해 나갈 것이다. 수원시가 특례시가 되면 차별화된 지위와 권한을 얻게 된다. 자주적인 도시계획 수립과 시민 맞춤형 행정서비스 제공, 시민의 세금 부담이 아닌 세수 등의 확보로 인한 다양한 복지·문화·교육 혜택은 오롯이 시민의 행복지수로 직결될 것이다. 특례시가 되면 세금이 오른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경기도와 지방세 배정 비율 조정으로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게 된다. 둘째로는, '수원화성 군공항 이전'과 '스마트폴리스 조성'이다. 국방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지역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지만, 선거 기간 중에 시민주도형 공론화 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차분히 준비해나갈 예정이다. 또 '경기남부권 마이스산업 중심도시 추진' 역시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수원시의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이끌어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갖춰 모두를 위한 복지도시를 만들 각오를 가지고 있다. 생애 모든 단계를 촘촘히 보듬는 복지체계, 어려울 때 함께 돕고 힘겨울 때 서로 나누는 따뜻한 수원형 복지공동체를 만들어나가겠다. 또한 역사문화도시를 만들어 시민들의 품격과 활력이 넘치는 수원시를 만들 것을 약속드린다. 수원의 자랑인 정조의 유산을 보존하고 현대화해서 문화적 가치를 높이겠다. 그리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자가 만드는 우리동네 희망공약'을 통해 접수된 100여 개의 시민제안 공약도 꼭 이뤄내 수원시민의 삶을 윤택하게 가꿀 것을 약속드린다."
◇ 여대야소 시의회가 어떻게 협치로 이끌어나갈 것인가?
"지난 2006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지방선거 또한 극심한 '여대야소' 형태인 것은 사실이다. 물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결과 또한 시민들의 심판에 따른 결론인 것도 분명하다. 수원시의회의 경우도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게 됐는데, 그렇다고 해서 집행부와 갈등이 없을거라는 보장도 없다. 과거에도 다수당과 시장이 같은 정당이었을 때 갈등이 없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의회와 집행부가 서로 견제하면서도 의견을 나누고 지방정부가 힘을 뭉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의회와 집행부의 협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만큼 협치가 수월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 만은 않을거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꼼꼼한 행정을 펼쳐나가겠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다수당이 민주당인 지자체가 많을텐데 표류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다른 지자체와 힘을 합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다."
◇ 4년 뒤 염태영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일단은 앞으로 4년 동안 수원시장 염태영으로서의 역할에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수원시의 달라진 위상만큼이나 시장의 역할 그리고 주어진 임무 역시 커진 것도 사실이다.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끌기 위해 전국적 리더쉽을 발휘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분권형 지방정부의 표준을 우리 수원시가 먼저 만들어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항상 새로운 길이 열렸던 것 같다. 4년 후 어떤 길이 열릴 지 지금은 알 수 없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시대적 부름과 운명적으로 만나 그 때의 나에게 어떠한 역할을 요구한다면 그것에 따를 것이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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