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없는 마구잡이 난개발] 화성시, 대도시 가깝고 땅값 저렴… 산·논·밭까지 공장 난립
대표적 공장 난개발지역 화성, 등록공장 8천271개 개별입지… 산업단지 입주기업 수의 10배
인근 주거지역까지 파고들어… 교통정체·환경오염 문제 심각
▲ 지난 2005년 10월12일(사진 위)과 2016년 12월2일 찍힌 화성시 팔탄면사무소 인근 위성사진. 11년간 공장들이 확연히 늘었지만, 주요 도로 환경은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사진=구글어스 |
2. 진격의 화성 공장들
18일 오전 화성시 왕림교차로. 왕복 6차선에 달하는데도 통과하는 데 30여 분이 걸렸다. 이 교차로는 화성시 팔탄면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관문이다.
다음 장애물은 대형트럭들이 점령한 2차선 도로. 6.2㎞를 50여 분 만에 뚫고 도착한 곳은 팔탄면사무소다.
인근 주거지까지 뻗은 수백 개의 공장들이 눈에 들어왔다.멀리 황토색 속살을 드러낸 채 가스공장을 품은 서학산도 보였다.
주민 김모씨는 “서학산이 산이었다는 것도, 수많은 공장의 핏줄 역할을 하는 도로가 고작 좁은 2차선 도로 하나라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장에 들락거리는 트럭들 때문에 15분이면 갈수 있는 마트까지 한 시간이나 더 걸려서 다니곤 한다”고 덧붙였다.
화성시는 김포시와 함께 국내 대표 공장 난개발 지역으로 꼽힌다.
2017년 9월 기준 화성시에 등록된 공장은 9천723개. 9개 산업단지(산단)에 입주한 1천33개 공장을 제외한 8천690개는 개별입지 공장이다.
대부분은 개발이 쉬운 관리지역에 터를 마련했다. 주거지, 또는 산이나 논밭을 파고든 셈이다. 교통 등 기반시설이나 업종적 이점이 많은 산단을 외면한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화성시에 따르면 개별입지 공장 중 95%에 해당하는 8천271개 공장이 소기업이다. 이는 산업단지에 입주한 소기업(882개)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소기업법상 소기업은 업종별로 평균매출액이 10억~120억 원 이하 규모다.
종업원 수를 따지면 개별입지 공장 중 10명 미만인 영세기업이 3천613개(41.5%)다.
실제로 최근 분양이 이뤄진 우정읍 주곡일반산단의 3.3㎡당 분양가는 150만 원. 일반용지의 경우 3.3㎡당 50만~80만 원 수준이다.
팔탄면 참곡리 한 제지공장 대표는 “산단에 들어갈 만큼 공장 규모가 큰 것도 아니고, 지금 자리가 협력업체와 가깝다”고 전했다. 이 공장의 종업원은 3명이다.
화성 공장 난개발은 1990~2000년 전국적인 개발 붐에 더해 서울, 인천, 수원 등 대도시와 가깝다는 지리적 요인이 작용했다. 특히 인접한 타 지역에 비해 땅값이 저렴하다 보니 공장유입이 꾸준히 늘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개발허가를 내줬고, 난개발이라는 인식이 희박하던 당시 불허할 명분이 없었다는 게 화성시의 해명이다.
공장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화성시로부터 신규 공장 허가를 얻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심각한 공장 난개발 문제와 환경오염 등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공장 허가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면서 “민간에서 신규 산단개발 신청을 많이 하고 있지만 기준과 심의가 엄격하다”고 말했다.
이금미·백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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