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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힘이다 - 수원의 예술가 이윤숙, 작품집 발간

예술은 힘이다 - 수원의 예술가 이윤숙, 작품집 발간

2018-03-12 13:52:49최종 업데이트 : 2018-03-12 16:29: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수원에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하는 작가들을 위해 행궁동에 '대안공간 눈'이라는 마을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윤숙 대표의 특별한 한 권의 책 '예술은 힘이다' 가 만들어졌다. 대안공간 눈의 김정집 관장은 조각가 이윤숙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냈다. 한 명의 예술가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지지하면서 격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원의 낙후된 행궁동을 하나의 작은 예술마을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이 책을 통해 이윤숙 조각가의 12회의 개인전과 공공예술활동을 시대별로 정리해놓았다.
이윤숙 조각가의 삶을 담은 '예술은 힘이 세다'

조각가 이윤숙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한 권의 책

1961년 수원시 화서동에서 태어난 이윤숙 작가는 성신여대 조소과를 나오고 국내 굵직굵직한 미술 대전에서 입선한 경험도 있지만 활동 무대를 서울이 아닌 수원을 택했다. 변방이라는 지방 예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자신만의 길을 걷고자 했다. 한 사람의 삶을 책 한권에 모두 담을 수는 없지만 이 책에서 작가 연보는 참으로 재미있다. 조각가로서의 삶과 한 개인의 삶이 오버랩되도록 정리해 놓은 연보가 인상적이다. 지금까지의 작품 세계가 어디에서 기인되었는지 알 수 있다.
 
'숙지산 기슭에서 태어나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노는 데 열중, 특히 구슬치기와 고무줄 놀이를 잘함' 이나 '만화, 종이인형 그리기에 열중' 등과 같은 어린시절의 한 줄 표현도 재미있다. 화서동과 숙지산 일대에서 자라난 그녀에게 수원의 변화는 고스란히 삶의 역사였을 터이다. 2009년부터 행궁동 레지던시로 행궁동을 문화 마을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 대안공간 눈을 만들어 마을기업으로 만들고 예술공간 봄을 오픈하여 전시실을 넓히면서 수원의 예술 지평을 넓혀나갔다. 예술가 개인의 삶과 함께 지역을 변화시킨 열정을 읽어낼 수 있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예술가 이윤숙

지역 예술가로 활동하는 모습을 생애주기별로 볼 수 있다

조각가 이윤숙의 작품은 일관적으로 자연, 사람,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나타낸다. 따뜻하고 진솔한 작품을 통해서 인간 내면의 생명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시절 뛰어놀던 산등성이, 성곽, 논과 밭두덕 나무 그루터기, 새싹, 옹이 등의 생명체를 담아내려 했다. 또한 대학시절 10.26사태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의 시대상황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았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엄마의 모성을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무쇠솥뚜껑을 모아 인간의 모태를 작업으로 표현했다. 1988년부터 가마솥뚜껑, 흙, 나무, 물, 돌 등을 통해 음양의 조화와 우주적 관점을 드러내었다.
 
도록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본인이 체험한 산고와 고통을 통해 1993년 '참아라, 참나무' 연작 시리즈 작품들이다. 숙지산에서 서식하던 참나무가 베어져 상처난 밑둥치가 산속에서 나뒹구는 것을 그대로 작품으로 표현했다. 고목의 상처와 파괴된 솥뚜껑을 배치한 '허기'라는 작품이다. 끊임없이 변화해나가며 자신의 사상을 작품으로 표현해 낸 조각가 이윤숙의 내적 성찰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1997년부터는 슈룹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인도, 네팔, 히말라야를 여행하고 얻은 명상의 결과물을 작품으로 승화했다. 1998년 원천저수지에서 베어진 100년 된 소나무 뿌리를 사용하여 '5월의 소나무'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자본주의의 개발논리에 의해 소중한 자연을 훼손한 인간에게 비판을 가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후 계속 오래되고 쓰임을 다하여 버려지는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작품에는 예술가의 삶과 생각이 그대로 담기기 마련이다. 지난 해에는 실험공간 UZ에서 '슈룹-예술정치 무경계프로젝트'를 열었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그것은 바로 그것이 아니다'전시를 하였다. 이와 함께 모태신앙인 카톨릭 교회미술에 몰입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조각으로 나타내었다. 성모상, 십자가상 등을 통해 인간이 결국 신의 도구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행궁동을 하나의 마을 예술공간으로 만들어내다

대안공간 눈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백미는 2004년부터 행궁동의 대안공간 눈 조성에 대한 부분이다. 헨렌니어링과 스콧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을 읽고 여행과 농사, 예술에 집중하려고 입시미술학원을 접은 이야기부터 건강한 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업, 공동체적인 삶을 위해 비영리전시공간을 만들어나갔다. 예술 역시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신념 때문일까. 공동체 속에서 건강한 예술의 생태계를 조성하려 했다.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 '행궁동 사람들'을 만들었고, 국내외 작가들과 함께 골목길을 미술관으로 만들어냈다. 2014년 국제협업아트프로젝트 신화와 예술 맥놀이를 신화를 주제로 하여 다양한 벽화로 풀어내었다.
 
미술관의 문턱은 낮아야 한다. 동네에서 숨쉬듯이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 있을 때 예술은 나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대안공간 눈과 예술공간 봄이 행궁동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세다. 이윤숙 대표 그리고 김정집 관장의 개인적인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건강하고 특별한 에너지를 지닌 이윤숙 조각가의 예술과 삶을 담아낸 '예술은 힘이다' 는 단지 한 사람의 생애를 담아낸 것 이상이다. 수원의 공공예술과 지역예술이 어떻게 변모해왔는가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기록은 기억을 뛰어넘는 걸까. 이 책을 통해서 한 사람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낀다.

수원문화재단, 수원시,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등의 후원으로 이루어진 '예술은 힘이다' 책은 대안공간 눈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화서문로 82-6에 위치한 대안공간 눈에서 이윤숙 조각가의 삶과 수원의 마을 예술의 현주소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대안공간 눈, 이윤숙조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