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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왜 ‘꼰대 홍준표’ ‘꼰대 자유한국당’이라 부르나?

젊은이들은 왜 ‘꼰대 홍준표’ ‘꼰대 자유한국당’이라 부르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꼰대’ 인식에 대한 소견

이계홍 주필 | 기사입력 2018/02/02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자유한국당.

 

언어에는 평소 말하는 이의 소양과 사유와 인식의 체계가 담겨져 있다. 인간 행위의 결과물이 언어에서 표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의 레토릭은 정치철학까지 담겨져 있다. 언어와 행동은 대개 자라난 환경, 배움의 깊이와 성찰의 태도에서 달라진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평화롭고 따뜻한 어진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언어도 순화되고 예의가 있고, 정제되어 있는 것을 본다.

 

반면에 뒷골목 패거리들과 싸우면서 엉망진창으로 자란 사람은 매사 길거리에 침을 찍찍 갈기며, 쌍욕에 공격적이다. 저질스럽고 부정적 목소리를 낸다. 합리와 이성이 개입할 소지라곤 찾을 수 없고 사뭇 감정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래서 언어를 통해 그가 깡패 성향인지 아닌지를 가려내는 기준이 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실제로는)호적으로 한 살 밑"이라면서 자신에게 붙는 '꼰대'란 수식어가 마땅치 않다는 발언을 했다. 물론 웃자고 하는 얘기일 것이다. 홍 대표는 1일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 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이렇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한국당에 꼰대 이미지가 있는데,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낙인찍기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내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호적으로 한 살 밑"이라면서 "하지만 나에게는 '꼰대'라고 하고 문 대통령은 '꼰대'라고 안 부른다"고 억울(?)해 했다고 한다. 그의 언어는 솔직담백하고 꾸밈이 없어서 좋다. 서민풍으로 개인적인 매력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더러 개념없는 언어나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구설수에 오른 경우가 많다. 이번 '꼰대' 발언도 그중 하나다.

 

국민은 그가 나이 때문에 ‘꼰대’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꼰대=나이든 사람’이라는 등식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 짚었다. 팔순의 할아버지라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된 세상을 꿈꾸며 사회적 상식에 기초해 사고하고 행동하면 건강한 젊은이인 것이다.

 

▲ 이계홍 본지 주필.     ©브레이크뉴스

반대로 20대 젊은이라도 서열과 신분, 권위적 행동, 안하무인, 낡은 사고, 호통치는 것 등으로 젊은이답지 않은 행동을 보이면 그가 바로 ‘꼰대’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꼰대는 무엇을 말하는가. 낡은 것을 붙들고 상대방을 억누르려 하고, 되지도 않는 ’아무말 대잔치‘나 ’막말 퍼레이드‘로 안하무인격으로 꼴리는대로 말하며 군림하는 자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몰이성적이고 몰가치적이면서 ’나이가 벼슬‘이라고 나이로 제압하려는 자 말이다.

 

문화평론가 이거 씨가 쓴 ‘꼰대의 발견:꼰대탈출 프로젝트’(인물과사상사 간행)에서는 꼰대에 대한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자기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자. 권위의식, 서열의식, 특권의식을 가진 자. 나이·성별·직업·사회적 지위에 따라 남을 차별하는 자. 의전을 당연시하고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믿는 자.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역지사지하지 못하는 자. 남을 무시하며 막말하는 자. 다른 이의 의견을 쉽게 묵살하는 자.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자, 상하관계 속에서 갑이 을에게 가하는 갑질...이 모든 것을 종합해 꼰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다."

 

"꼰대로 불리는 사람들의 무례함과 몰싱식, 무사유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이해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한 예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야당(자유한국당 지칭) 지도자의 언행을 본다면, 누가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동조할 수 있을까....같은 꼰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무난한 동료의식은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집단주의를 형성하고 이러한 모습들이 세대간 대결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꼰대들은 봉건시대부터 있어왔다. 그 시절엔 무지가 상식이 됐던 때였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낡은 유제(遺制)들을 극복하고, 민주적 가치에 충실하자는 것이 진화의 역사가 아니겠는가.

 

그런 역사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런 것이 유지되는 특권지대가 있다. 지배 엘리트들의 행태들이다. 권위주의정권을 주도하면서 명색이 지도층들은 서열과 신분, 집단주의를 내세워 세상을 호령하며 오만을 부려왔다. 바로 ‘꼰대문화’다.

 

이 결과 검찰이나 법조계, 관공서와 언론계에 알게 모르게 이런 꼰대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부하를 물건 취급하며, 여성의 경우 성 유린을 해도 별다른 죄의식이 없다. 그들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믿는 특권의식을 갖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희롱도 그 일환이다. 점잖은 곳이든 아니든, 꼰대들은 곁에 앉은 여자 궁둥이를 만지고 허리를 감싸안는 따위 몹쓸 짓을 해도 당당하며, 무례함을 모른다. 교만이 하나의 품성이 되어버렸다.  

 

홍준표 대표나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나, 젊은이들이 왜 ‘꼰대 홍준표’ ‘꼰대 자유한국당’이라고 부르는 지를 정확하게 그 맥을 짚기를 바란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본지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