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살겠다, 차라리 이사가겠다"...수원시-용인시 6년째 경계분쟁
집 앞 학교 두고 원거리 통학… 관외영업 이유 콜택시도 안잡혀
지자체간 이견팽팽… 주민만 피해
김준석 joon@joongboo.com 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세 자녀를 둔 안모(36)씨는 자녀 A(10)군을 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파트 앞에서 대기 중인 셔틀버스에 태웠다.
안 씨 아파트의 생활권은 사실상 수원이지만 행정구역은 용인인 탓에 집 근처 수원 황곡초등학교 대신 1.1㎞나 떨어진 용인 흥덕초등학교에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씨는 "통학거리만 문제가 아니다"라며 "보건소 등 공공시설 이용은 물론 쓰레기봉투 하나 사려고 해도 멀리까지 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안 씨는 지난주 보건소를 이용할 때도 애를 먹었다. 집 앞에 버젓이 수원 영통구보건소가 위치해 있지만, 행정 구역상 안씨는 3㎞ 이상 떨어진 기흥구보건소를 이용해야 한다.
쓰레기봉투를 구입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집 앞 수퍼마켓에는 '수원시'가 적힌 봉투만 팔 뿐 '용인시' 쓰레기봉투는 팔지 않는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김모(47)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가차량이 없는 김씨는 지난달 자녀 B(6)양의 열이 심해 인근 수원에 위치한 병원을 가기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하지만 콜택시는 3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았다.
관외 영업이 금지된 조례로 인해, 출발지와 목적지의 시군이 다른 김씨의 콜을 택시기사들이 잡을리 없었던 것이다.
김 씨는 결국,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30분을 달려 병원에 도착했지만, B양은 폐렴으로 일주일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김 씨는 "학교 등하교 시킬 때도 차가 없어 힘든데, 유모차 끌고 병원갔던 날은 정말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수원시와 용인시간 행정 경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애꿎은 주민들의 몫이되고 있다.
지난 6년간 제기된 문제지만, 지자체간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은채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 주민들은 차라리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겠다며 입주 2년여 만에 짐을 싸기도 했다.
실제, 2015년 이 아파트로 이사 온 이모(43)씨는 올해 4월 다른 지역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이 씨의 자녀 C(9)군이 입학 후 2년 동안 친구를 거의 사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각자 다니는 학원의 셔틀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데, C군의 집은 학교에서 너무 멀어 학원 셔틀버스가 운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친구들 모두가 학원 셔틀버스를 타고 귀가할 때 C군은 혼자 학교에 남아 이 씨를 기다려야 했다.
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문제는 C군의 생일파티였다.
학교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C군의 집으로 오기 싫다고 말해 아이가 상처만 받은 것이다.
이 씨는 "참다 못해 이사를 했다”며 “지금은 아이가 '친구들이 많아져서 너무 좋다'고 말하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 사진=국토지리정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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