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나쁜 부동산 정책과 좋은 부동산 대책
입력시간 | 2017.07.06 05:00 | 조철현 기자 choch21@edaily.co.kr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노무현 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시장과 씨름을 했다. 해마다 규제 강도를 높였는데 집값은 되레 치솟았다. ‘미친 집값’이라는 말이 나왔다. 임기 5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57% 뛰었다. 전국 아파트값도 34% 올랐다.
문재인 정부 첫 국토교통 정책 수장인 김현미 장관은 얼마 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달 말 열린 취임식에서다. 그는 “최근 집값 급등은 투기 수요 때문이며, 6·19 대책은 이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라고 말했다. 집값이 안 잡히면 더 센 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마치 ‘노무현 정부 시즌2’를 예고하는 것 같아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시장 논리로 접근하지 않고 소득 계층간 갈등구조로 파악했다. 부동산 과열을 일부 부유층의 과다 소유나 투기적 욕망 때문으로 본 것이다. 서울 강남권 등 일부 부유층을 향해 초강력 규제(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를 가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강남권은 물론이고 주변 지역 집값까지 더 올랐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잦은 항생제 처방에 따른 내성 효과도 컸다. 수요 억제 일변도 정책이 공급 부족 우려를 자극했고, 세금 폭탄이 매도가(집주인이 팔려고 내놓는 가격)에 전가되는 역효과도 낳았다.
시계 바늘을 다시 현재로 돌려보자. 분양권 전매 제한 및 대출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6.19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등지의 분양 열기는 여전하고 집값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왜 그런가 했더니 노무현 정부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우스개도 들린다. 새 정부가 규제 강도를 더 높이기 전에 한몫 챙기자는 심산에다 규제의 역효과만 낳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실제로 앞으로 나올 문재인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대책에도 집값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적잖게 나오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국지적 현상인 시장 과열 조짐이 꺽이지 않으면 투기과열지구 지정뿐 아니라 그 이상의 강력한 조치도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투기지역 지정이나 1가구 3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집값을 잡겠다며 꺼내들 대책이라는 게 어디선가 많이 듣던 것들이다. 바로 노무현 정부가 투기를 잡겠다며 ‘전가의 보도’처럼 꺼냈던 카드들이다. 노무현 정부의 참혹한 부동산 정책 실패를 목도하고도 답습하려는 용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부동산은 억지로 누른다고 잡히는 상품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가 반면교사다. 부동산 투기를 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중 여윳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주택 공급을 늘리면 금세 잡힌다. 아무리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도 시장 안정을 한시적으로 보장할 뿐이다. 수요에 맞는 넉넉한 공급보다 시장을 더 안정시킬 수는 없다.
더 이상 섣부른 수요 억제책으로 부작용만 낳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올 여름 정부가 내놓을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마지막 부동산 규제 대책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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