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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원역 집창촌 기억 조형물? 만들지 마라

[사설] 수원역 집창촌 기억 조형물? 만들지 마라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노출승인 2017년 04월 23일 21:05     발행일 2017년 04월 24일 월요일     제23면
              
    
조형물 설치에 정해진 기준은 없다. 다만, 통념에 의해 구분되는 원칙은 대략 이렇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을 기릴 필요가 있을 때다. 위인, 정치인, 운동선수 등의 조형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장소를 표시해야 할 때다. 정몽주 피살 선죽교, 안중근 거사 표식 등이 여기 해당한다. 모두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 사고 등을 상징해야 할 때다. 소녀상 건립에서 최근 세월호 조형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원시가 집창촌이 있었던 수원역 앞 2만2천662㎡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이를 위해 유관기관ㆍ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성매매방지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그런데 여기 참여한 한 단체가 ‘집창촌 조형물’ 설치를 주장했다. “여성 인권 침해가 자행된 곳임을 잊지 말기 위해 특별한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주장의 이유다. 종사 여성들이 실제 성매매를 하던 장소를 재현할 수 있는 공간 마련도 함께 요구했다고 한다.
앞선 조형물 기준을 근거로 보자. 집창촌 종사 여성들이 사회적 존경의 대상은 아니니 해당 사항이 없다. 단일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났던 명소(名所)라 보기도 어렵다. 결국, 검토해 볼 수 있는 논리는 ‘모두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교훈의 상징’이다. ‘수원역 창녀촌’으로 불리던 이곳을 여성 인권 침해의 상징으로 가정하는 듯하다. 수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곳이 수원 사창가였다’고 알리는 교육 공간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집창촌’은 아주 오랜 세월 음성적으로 자생해온 영업 행태다. 서울 청량리, 인천 학익동, 파주 용주골, 송탄(현 평택) 기지촌 등 지역마다 존재했다. ‘수원역 창녀촌’은 다른 지역의 그것과 특별히 구분될 어떤 요소도 없다. 이번 주장의 취지대로라면 정비된 전국의 모든 곳, 혹은 한두 곳이라도 ‘집창촌’ 조형물과 재현공간이 들어섰어야 했다. 그런 데 없다. 보존 가치의 정당성이 약했을 것이고, 인근 주민 반발이 컸을 것이다.
본보에 밝힌 시 관계자의 의견이 주목된다. “조형물 설치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하고 있다”며 “사업시행사(민간)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시(市)는 ‘OK’했으니 시행사가 알아서 하라는 말로 비칠 수 있다.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특정 단체와 공무원의 판단만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주변 상인들, 시민들, 학부모들의 의견을 전부 들어보고 결정해야 한다. 시가 하지 않겠다면 우리가 설문을 시작할 의향도 있다.
수원역 집창촌 없앤다고 우리 사회 성매매가 없어지지 않는다. 집창촌에서 쫓겨난 성매매가 주택가로 파고들었다는 통계도 수두룩하다. ‘성(性) 도덕의 파라다이스’라도 이룬 양 기념물 설치 운운할 때가 아니다. 그런 돈과 그럴 시간 있으면 교묘해지는 성매매 단속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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