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떼까마귀’ 수천마리에 점령당한 수원“주 서식지가 수원으로 변하는 것 아닐까 두렵다”
- 조택영 기자
- 승인 2017.01.26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해 12월경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수원시 하늘을 뒤덮은 수천마리 떼까마귀 무리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해당 사진과 영상에는 떼까마귀가 무리지어 하늘을 나는 모습, 전깃줄에 모여 앉아 있는 모습, 이들의 배설물로 피해를 입은 모습 등이 담겨있다. 떼까마귀는 몸길이가 약 46cm로 알려졌다. 일반 까마귀와 구별하기가 어렵지만 부리가 더 가늘고 뾰족하다. 보통 봄과 가을에 작은 무리에서 수백 수천 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를 볼 수 있는데, 주로 남부와 섬 지방에서 겨울을 나는 흔한 겨울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수원에서는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은 수천 마리의 떼까마귀로 인해 시민들과 지자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천 마리의 떼까마귀 수도 문제지만 과거에 비해 체류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떠날 때 지났지만 한 달 이상 머무는 중 ‘이례적’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배설물, 깃털 등으로 불편
떼까마귀는 몽골, 북중국, 시베리아 등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서 날아와 울산 등 남부지역에서 겨울을 보낸다. 하지만 현재 수원지역에 머물고 있는 떼까마귀들은 한 달이 넘도록 그대로 있다. 낮에는 주로 호매실동 부근 농경지에서 지내다가 저녁에는 인계동 중심지역으로 이동한다.
보통 12월 초까지 수원에서 잠시 머물다가 남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한 달째 떼까마귀가 떠나지 않은 사례는 처음이다. 수원시 측은 떼까마귀 무리들이 수원 지역 내 농경지가 과거에 비해 줄었지만 아직 벼 낱알 등 먹잇감이 풍부해 수원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갑작스럽게 출몰한 떼까마귀에 대해 ‘기분 나쁘다’, ‘무섭다’는 반응과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배설물, 오염된 깃털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어 문제다.
지난 16일에는 평택 안중읍 현화리 일대에서 떼까마귀 무리가 전신주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전깃줄이 끊겨 합선돼 정전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 측은 즉시 출동해 1시간가량 복구공사를 벌여야 했다.
수원시청 홈페이지 및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는 “20년간 수원에서 거주하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 “소름도 끼치고 까마귀의 주 서식지가 수원으로 변하는 건 아닐까 두렵다”, “도로에 분비물을 많이 싸놓아서 도로가 하얗게 변했다”, “AI에 걸린 것 아니냐” 등의 글도 올라와 있다.
수원시는 떼까마귀가 AI와 무관함을 설명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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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배설물
자동차·구조물에 피해
가장 큰 문제는 떼까마귀들의 배설물이다. 조류들은 장기 구조상 소변과 대변을 구분하지 않고 총배설강이라는 곳에서 한꺼번에 배설한다. 배설물 속에 요산 등이 섞여 나와 산성을 이룬다. 떼까마귀들의 배설물이 차량에 묻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 외관 도장면이 벗겨질 수 있다. 또 쇠로 된 외부 구조물들을 부식시켜 다리나 전봇대 등의 내구성을 낮추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계동에 있는 한 세차장 관계자는 “요즘 떼까마귀와 눈으로 인해 저희 입장으로선 고객들이 늘어 좋지만 세차를 하러 오는 많은 손님들은 엄청난 불만을 토로한다. 조류 배설물들은 여러 장비와 세정제를 사용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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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의 대책은
물청소뿐
기자는 지난 24일 수원시 일대를 돌며 떼까마귀 무리들이 출몰했다는 지역을 중심으로 현장취재에 나섰다. 처음 향한 곳은 떼까마귀 무리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팔달구에 위치한 성빈센트병원 부근이었다.
지난 19일 수원시는 언론을 통해 성빈센트병원을 중심으로 동수원 사거리에서 지동사거리까지 떼까마귀 배설물 물청소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출몰 지역 부근을 매일같이 물청소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병원 앞으로 걸음을 옮기는 족족 조류 배설물과 떼까마귀의 것으로 보이는 깃털들이 가득했다. 도로는 물론 노점상, 구둣방, 상점 천막 할 것 없이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으며 은행나무 열매까지 더해져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팔달문시장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둘기 무리들도 가득했다. 비둘기들은 팔달문 구조물에서 머물다가 상인들이 내놓은 곡물들을 먹거나 시민들이 밀집한 장소로 이동하며 배설물을 쏟아냈다. 비둘기 무리가 가득해 그런지 이곳에는 떼까마귀 무리는 없었다.
떼까마귀떼가 자주 출몰한다는 인계동 역시 이곳저곳에 조류 배설물들이 즐비했다. 인도는 물론 도로, 가로등, 표지판, 차량까지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떼까마귀 무리를 찾을순 없었다.
벌떼 같은 떼까마귀
시민들 대피하고 소리쳐
떼까마귀가 많다고 알려진 호매실동 아파트 단지 일대에서도 떼까마귀를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농경지로 향하자 떼까마귀가 눈에 들어왔다. 말로만 들었던 상황을 실제로 보니 엄청난 광경이었다.
처음으로 무리를 발견한 것은 오후 5시 30분경이었다. 총 40여분에 걸쳐 7개 정도의 무리들이 평동을 지나 인계동 방향으로 이동했다. 언뜻 봐도 수천 마리는 돼 보였다. 마치 벌떼를 보는 것 같았다.
떼까마귀들이 호매실동 산 부근에서 평동 도심방향으로 지나자 일부 시민들이 대피하거나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떼까마귀 무리들이 지나간 곳에는 배설물들이 가득했다. 상가와 아파트 단지 할 것 없이 배설물 천지였다.
평동 내 있던 한 주민은 “최근 여러 번 목격했지만 아직도 적응할 수 없다. 수원시에서는 겨울 철새의 자연스러운 이동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매번 청소해 해결한다고 말하지만 상황을 겪는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며 “조류 전문가들을 모아 떼까마귀 무리 출현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AI 여부와 대책 등을 마련해야지 현재로는 살 수가 없을 정도다”라고 밝혔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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