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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지동천(衆志動天) - 김동근 수원시 제1부시장

중지동천(衆志動天) - 김동근 수원시 제1부시장

 

김동근 2016년 12월 30일 금요일
         
 
소란스럽고 분주했던 2016년이 저물어 간다. 매년 이맘때면 다사다난(多事多難)을 떠올렸지만, 올해는 그 의미가 더욱 가슴 깊이 와 닿는다. 수원시도 어느 해보다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100년만의 무더위였다는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했던 지방재정개편 논란이 먼저 떠오른다. 지방분권과 지방재정 확충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남긴 채 일단락되고 말았지만,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과 집회 참가로 자치와 분권에 대한 강한 열망을 표출했다. 보람을 느낀 일로는, 무엇보다 ‘수원화성방문의 해’ 사업을 꼽고 싶다. 수원화성축성 220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수원의 정체성을 높이고, 문화관광의 기반을 다지는 다채로운 행사를 이어갔다. 올 한해 진행된 50여개의 개성 있는 행사들은 수원화성의 가치를 대내외에 알리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리고 즐기기 위한 마당이 되었다. 행사 중의 백미는 ‘세계 최대의 문화이벤트’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1795년 정조대왕의 수원화성 행차를 재현한 것이다. 서울 창덕궁을 출발하여 서울시 금천구, 경기도 안양과 의왕을 거쳐, 수원화성행궁에 이르는 47㎞의 대규모 행차를 거의 완벽하게 복원했다. 여기에 40만이 넘는 시민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해 시민 주도의 신명나는 축제를 연출한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올해 수원시가 마주했던 여러 현안을 풀어가면서 새삼 배우고 느낀 것은, 행정의 성패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는 평범한 진실이었다. 이런 점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가득한 시민의 열정을 시정 운영과 접목시킬 방안을 행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시민이 자치의 주인이고, 지역 발전의 견인차라는 사실을 절감하는 한 해였다.

내년 정유년의 전망도 결코 녹록하지 않다. 불안정한 국내외의 상황과 맞물려 경제 여건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경제성장률을 2% 중반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 가장 먼저 그리고 큰 고통을 받는 대상은 서민층이다. 게다가 젊은이들에 대한 사회적 기회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사회의 활력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 또한 커져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수원화성방문의 해’를 계기로 구축된 관광특구, 인문도시특구의 구상을 구체화해, 도시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수원시의 현안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난제를 푸는 일은 시민들의 뜻을 모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중지동천(衆志動天), 즉 시민들의 뜻을 모으면 하늘도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촛불시위를 통해 보았던 시민의 역량을 익히 체감하고 있다. 자치1번지를 지향하는 수원시는 ‘시민의 참여가 살아 숨 쉬는 시정운영’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다. 자치기본조례를 제정하여 튼튼한 기반을 다지고, 민주시민교육체계를 다듬고, 주민자치회의 활성화에 주력할 것이다.

저성장시대에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다. 내년도 일자리 목표를 3만6천개로 늘리고, ‘더 좋은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 문제는 미래에 대한 투자의 관점에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할 것이다. 긴급 지원과 무한돌봄 대상 가구에 대한 사례관리를 강화해가는 등 시민복지기준을 단계적으로 현실화시킬 것이다.

행정의 기본 역할과 방향을 설정할 때, 존 롤스의 ‘정의론’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정의가 무엇인지, 사회구성원의 이익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대안을 연구해온 세계적 석학의 제안은 간명하다. 사회구성원들에게 공평한 기회 균등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경쟁 환경을 만들어 주되, 불가피하게 낙오하는 구성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수준을 보장하는 안전망을 구축하면, 사회 정의는 최고 수준으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2017년 정유년은 붉은 닭띠의 해다. 닭은 앞으로 닥칠 일에 대비하는 선견지명이 뛰어나며, 새벽을 알리는 부지런함을 상징한다. 내년에는 광장에서 시작된 시민주도의 민주주의가 지역사회에서 그리고 일상의 공간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시민 참여의 확대와 함께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우리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자 나침반이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김동근 수원시 제1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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