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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혁 /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다산
선생의 문집을 읽다보면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 그분의 시에 처참한 백성들의 모습이 너무도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
관리들의 탐학이 극에 달하였고,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백성들 수탈에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했다. 그 가렴주구를
다산은
가슴 한쪽이 파이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그 가슴 아픈 시중에서 가장 슬픈 것은 바로 '애절양(哀切陽)'이다. 군역 의무에 대한 터무니없는
세금에 항거하기 위해 스스로 남근(男根)을 잘라낸 남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내의 슬픈 모습을 그린 시가 바로 애절양이다. 다산은 이 모습을 보고 끝내 '관리들의 탐학으로 반드시 나라는 망할 것이다'라고 예언하였다. 결국 90년 후에 그의 예언대로 되고 말았다.
왜 나라가 망했냐고 물어보면 필자는 망설임없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고종과 민왕후,
고위관리 등 국가 지도자들의 무능력과 사치, 그리고 지방에 근거를 둔 수령과 하급 이서배들의 부정부패로 망했다라고! 실제 조선이 망한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결국 나라를 운영하는 관리들의 잘못으로 인하여 우리는 그 참혹스런 36년의 치욕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관리, 즉 오늘날 공직자들의 인식과 행동이 나라를 안정시키고 더불어 발전시키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나라라고 하는
소리가 가득하다. 왜냐고? 실제 우리 사회는 아직도 모든
사업을 국가가 주도하고 있으며, 국가 주도를 진두지휘하는 사람들은 공직자들이다. 이들이 좋은 생각을 가지고 좋은 정책을 세우면 나라와 국민들이 행복해지는 것이고, 이들이 거짓과 부정으로 가득하다면 나라와 국민들은 망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직자들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공직자들이 사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게 인문학적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사람을 중요시 여겨야만이 지역과 시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중요시 여기지 않으면 절대로 올바른 정책이 나올 수 없다. 사람을 사랑하면 자연히 자연환경과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획과 헌신을 할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이 반드시 인문학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문학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 인문학 강좌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 혹은
광역자치단체가 스스로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들고 공직자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최근 수원시가 필자가 재직하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와
인문학교육 협약식을 체결하였다. 인문학 도시 만들기를 천명한 수원시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인문학 교육을 전담하는
대학에서 다양한 커리큘럼과 검증된 교수진을 제공하여 수원시의 공직자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강좌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역사 · 문학 · 철학 · 시민교육 등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재미와 감동이 공존하는 강좌들이다.
하루종일 바쁜 일과를 마치고
야간에 듣는 강좌가 비록 힘들 수 있겠지만 60여명의
수원시청 공직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
숫자는 많지 않지만
이제 이들의 참여가 점차 확대되어 머지않아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들은 인문학을 통해 사람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시민들을 위한 보다 올바른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부정부패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사회는 풍요로워지고 100여년전 그때처럼 나라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불신과 배척이 사라지고 서로를 위한 공동체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공직자의 인문학 교육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고 이 교육은 반드시
성공될 것이다. 수원시만이 아니라 경기도의 모든 지자체가 인문학 교육을 추진하여 새롭고 희망찬
도시만들기를 출발시켰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