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국제보자기포럼 개최하는 이정희 섬유예술가
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노출승인 2016년 07월 18일 16:40 발행일 2016년 07월 19일 화요일 제0면
해외에서는 더 유명하다. 보자기 중 자투리 천들을 꿰맨 우리나라 특유의 조각보는 세련된 구성미와 색감 등 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 예술 작품으로 등극했다. 독일 린덴 국립민속학 박물관장인 피터 틸레는 저서를 통해 ‘한국 조각보는 몬드리안이나 클레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20세기 추상화 거장들이 한국 보자기를 본 적 있을까’라고 썼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에서는 보자기가 그 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대접을 받고 있다. 30여 년 동안 보자기와 조각보를 토대로 작업해 온 이정희 섬유예술가(사진)는 “김치를 특별하게 보지 않고 대하는 사이 다른 나라에서 모방식품을 내놓고 선점했듯이, 보자기도 그럴 수 있다”면서 “늦기 전에 우리나라 보자기와 조각보의 특별함을 인식하고 국가 대표 문화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수 년 전부터 사비를 털어가면서까지 국내 최초, 유일의 ‘국제보자기포럼’을 개최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로 3회째 열리는 ‘2016 국제보자기포럼’은 오는 9월1일부터 5일까지 수원시에서 펼쳐진다. 이 섬유예술가는 지난 2012년 동명 단체를 설립, 대표로 활동하며 해당 국제 행사를 2년에 한 번씩 마련해 왔다.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아 수원시에서 펼쳐지는 이번 포럼은 강연, 전시, 워크숍, 문화투어 등으로 구성했다. 보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국내 연구자와 예술가는 물론 미국, 스위스, 네덜란드, 핀란드, 호주 등의 교수와과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처음부터 보자기 세계화에 나선 것은 아니다. 홍익대에서 가구디자인을 공부한 이씨는 결혼 후 2남1녀를 키우다가 서른여덟에 모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직조와 염색을 공부하면서도 보자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에게 보자기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졸업을 앞두고 1년여 간 이뤄진 해외 단체 순회전을 마무리 할 시점에 강연까지 하게 됐어요. 당시 한 교수님이 강연 주제로 전통적인 보자기를 제안했죠. 생각지 못했던 것에 일단 자료를 모으고 공부를 시작했어요. 전혀 관심없던 것이었는데 알면 알수록 마치 ‘뒤뜰에서 보물을 발견한 느낌’이었죠.”
이후 이 대표는 보자기에 이름 없는 우리 여인들의 이미지를 찍고 조각보를 활용해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의상을 만들어내는 등 실용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외국의 한 평론가로부터 “패브릭(천)과 공기를 재료로 썼다”는 평을 받으며 독창적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런던)과 미국 공예박물관(뉴욕) 등 세계 곳곳에 소장돼 있다.
서구에 보자기의 매력을 알리는 데에도 앞장섰다. 1990년대 미국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서 보자기와 줌치기법을 강의했고, 영국과 미국 등에서 보자기 작품과 활용 의상을 전시했다.
이처럼 세계가 먼저 알아본 보자기의 매력을 국내에서 널리 알리고 국가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도전이 바로, 국제보자기포럼이다.
“제 역할을 고민했죠. 두 가지 답이 나오더라고요. 한국과 외국을 비롯해 나도 모르게 연결하는 사람이 됐더라고요. 또 하나는 ‘상 차리는 사람’이에요. 제가 보자기와 관련해 포럼에 이런 저런 재료를 갖다 놓는 거죠. 참가자들은 전혀 다른 해석과 표현을 내놓고요. 이런 것들이 보자기를 한국 대표 문화브랜드화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해요.”
화려한 보자기 상차림을 준비하는 이 대표는 “수원시의 국제보자기 포럼 후원은 보자기의 더욱 힘찬 세계화를 이루는 일에 큰 지렛대 역활을 해준 것으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따로 보면 별볼일 없는 조각이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예술품이 되는 보자기 작업은 마치 창조자가 바라보는 모든 인간은 특별하고 그들이 함께하는 공동체의 미학을 품고 있다고. 가을 바람결에 수원으로 찾아올 보자기 향연에 벌써부터 설렌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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