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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잡한 부동산등기 내년부터 한장으로 끝!

[단독] 복잡한 부동산등기 내년부터 한장으로 끝!

`권리종합정보`로 일원화…年1755억 비용절감
토지대장·확정일자·주인 체납정보까지 한눈에
이중계약 사기 막는 사전전자공시 2018년 도입

  • 이현정 기자
  • 입력 : 2016.05.02

 

■ 대법원 등기시스템 58년만에 대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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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산재된 부동산 정보를 한 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권리종합정보' 샘플.
#2년 전 부산으로 직장을 옮긴 A씨는 보증금 1억3000만원에 2년간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으로 1000만원을 먼저 내고 3개월 뒤 잔금 1억2000만원을 치르고 입주했다.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 아파트가 압류된 사실을 안 것은 이후의 일이다. 계약 당시에는 등기사항증명서에 아무런 표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공매 절차 끝에 다른 사람이 집을 구입했다. 아파트 권리에 대한 우선순위에서 밀린 A씨는 졸지에 전세금을 날리고 남은 돈은 145만원뿐이었다.

#B씨는 10년간 모은 돈으로 지난해 처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전셋집을 얻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B씨가 받아든 계약서에는 3500만원짜리 전세계약이 보증금 500만원 월세로 둔갑해 있었다. B씨에게는 전세계약을, 집주인에게는 월세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이중 계약서를 작성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이중계약' 사기였다. 황급히 거래를 맡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갔지만 해당 중개인을 찾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B씨는 전세금을 날릴 처지에 처했다.

내년부터는 이처럼 부동산 거래과정에서 벌어지기 쉬운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게 됐다. 법원이 부동산 등기부등본 한 장에 거래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알기 쉽게 요약해 담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주민센터 등에서 각각 정보를 확인하는 수고를 덜고, 미처 알지 못한 사실로 돈을 날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이중계약 등 등기제도의 허점 탓에 거듭돼온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등기 전 거래'를 보호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처장 고영한 대법관)는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안전거래 통합지원 시스템(일명 등기선진화)'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국민이 부동산 거래 시 각종 권리를 안전하게 취득할 수 있도록 부동산 등기 제도를 58년 만에 사용자 중심으로 대폭 바꾸는 것이다. 등기선진화는 △권리종합정보 제공 △등기 전 거래보호 △부동산전자계약 활성화 △원인증서(거래계약서)-등기연계 등이 주된 내용이다.

종전에는 부동산 거래에 앞서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해당 부동산이 누구 소유인지, 은행이 근저당권을 설정했는지, 채권최고액은 얼마인지 등을 확인했다. 그 밖에도 토지·건축물대장 정보, 확정일자, 체납정보 등 최소 8가지 이상 정보를 알기 위해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했다. 내년부터는 산재된 정보를 등기 한 장(권리종합정보)으로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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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2018년부터 등기 이전의 거래 과정을 보호하기 위한 '등기 전 권리보호 방안'도 시행된다. 그동안 부동산 거래 계약을 체결한 뒤 잔금을 지급하고 등기를 마치기까지 통상 2개월간 법적효력의 공백이 생겨 이중매매, 사기 등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행 가등기 제도가 있지만 비용과 편의성 문제로 활용이 미미한 실정"이라며 "계약을 체결한 직후부터 등기부등본을 통해 '조만간 해당 부동산의 주인이 바뀔 것'이라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과 구매자가 공인중개사 사무소에서 만나서 종이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번거로움도 덜게 된다.부동산 전자계약을 활성화해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태블릿PC와 휴대전화로 계약을 체결하고, 곧바로 거래신고와 세금납부, 소유권 이전까지 마칠 수 있다.

대법원은 권리종합정보를 제공하고 부동산 거래 과정을 통합·단축함으로써 연간 1755억원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자거래 확대로 의뢰인과 공인중개사의 시간·서류작성비용 등 연간 약 3316억원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권리종합정보를 통해 앞으로는 부동산을 거래하고자 하는 사람도 소유자와 동등한 수준의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불공정한 계약을 맺을 위험이 줄어든다"며 "각종 부동산 관련 사고와 분쟁을 예방함으로써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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