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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재정파탄 '뇌관'...'좀비기관' 통폐합 시급하다

경기도 재정파탄 '뇌관'...'좀비기관' 통폐합 시급하다

천의현 mypdya@joongboo.com 2016년 04월 18일 월요일
 

중부일보 '南지사 당선인 과제' 제기...1년7개월만에 통폐합 추진
경영합리화 방향에 전폭 지지...수술통한 우량기관 육성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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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일보 2014년 6월16일 2면 보도
2년이 걸렸다. 5억 원이 들었다. 상황은 절박하다. ‘재정절벽’은 현실이다. ‘좀비기관’은 필연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명분도 합당하다.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놨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맹약(盟約)한 시간은 다가왔다. 경기연정(聯政)은 마지막 시험대에 섰다. 결자해지만 남았다. 기회는 이번 뿐이다.

저항은 조직적이다. 악어새는 각론만 파헤친다. 악어는 총론까지 부정한다. 안팎은 동색이다. 아우성은 집요하다. 정치적 약속은 공약(空約)이다. 연정 합의문은 계륵이다. 협치(協治) 정신은 단 맛에서만 작동한다. 쓴 맛은 합의서에 서명한 자의 독배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 얘기다. ‘좀비기관’을 잔뜩 싣고 항구를 떠난 배가 지금 산으로 가고 있다.

중부일보는 2014년 6·4지방선거 직후인 6월 16일자에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의 과제’라는 제언 형식을 빌어 도(道)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세금이 넘쳐나던 시절 ‘문어발’식으로 설립한 26개 산하 기관의 민낯을 보여주고 경기연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흐른 지난 3월 25일. 경기도는 산하 24개 공공기관을 12개로 통폐합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철 경기도 정책기획관은 당시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0년 대비 공공기관에 대한 도비 지원은 40% 감소한 반면 인건비는 15% 증가했다. 이대로 두면 공공기관이 인건비만을 지급하는 기관으로 전락해 공멸할 수 있다는 생각에 통폐합을 통한 경영합리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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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열린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공청회. 경기연정의 상징이자, 최고 의결 기구인 경기연정실행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기우 도(道)사회통합부지사는 마지막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에 없었다. 산하 기관이 마치 자신의 손발인 양 반대 논리만 쏟아낸 경기도청 소속 실·국장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경기도의회 여야를 대표해서 참석한 이재준·박재순 도의원의 강한 의지는 정치적 소신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심판 역할을 맡은 경영합리화 추진협의회 소속 인사는 선수처럼 ‘강펀치’를 휘둘렀다. 객석을 가득메운 산하 기관 임직원과 이익단체, 개인들은 경영합리화 방안에 대해 야유와 조롱을 쏟아냈다. 용역 예산 5억 원을 쓴 경기도는 객(客)이었다.

민선 20년 동안 1년에 1개 꼴로 신설된 산하 기관은 경기도 재정을 파탄낼 뇌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개 기관에 근무하는 직원 수는 모두 4천181명이다. 소방공무원을 제외한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 수(3천648명)를 넘어섰다. 이들 기관이 지난해 쓴 예산만 3조8천억 원에 이른다. 직원 수가 50명도 안되는 기관이 10개나 된다. 인건비가 사업비보다 많은 초미니 조직에게 경기도민 1천250만 명을 상대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는 셈이다.

중부일보는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 방향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합리화추진협의회 활동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남 지사는 민선 도지사중에서 가장 내세울만한 업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명을 다한 공공기관 문을 닫고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의 리버럴한 혁신은 가장 실용적인 도지사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경기연정은 ‘식물기관’을 양산할 것인지, 과감한 수술을 통해 ‘우량기관’을 육성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천의현기자/mypdya@joongb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