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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가지의 칸 ===/◇인물.기관.단체.회사.조직.기타

captain! ‘이근호‘ .. 그대 잘 가라.. (김이중님 페북에서 옮김).(조이화님 사진). (강석우님 사진)

captain! ‘이근호‘ .. 그대 잘 가라.. (김이중님 페북에서 옮김).(조이화님 사진). (강석우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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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서 만든다고 밤새 글을 쓰고 
아침회의에 못 깍은 수염을 타박하며 너스레를 떨던 소박한 사람..

자갈치 과자 한 봉지로 허기를 달래고 
좋아하던 파인애플 음료로 쫓기던 하루에서 지친 일상을 위로하던 못난 사람..

몇 년 만에 비싼 계량한복 샀다고.. 
전에 입던 것보다 곱절이나 더 비싼 거라며 
먼 길 나설 때면 흰 고무신과 함께 다소곳이 챙겨 입던 궁상스러운 사람..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즐거우면 
그 사람들이 하고 싶은 대로 헝클어 놓고 제멋대로 하면 
그게 “마을만들기”라고 말하던 촌스러운 사람..

타박하듯 성토하는 마을일을 하는 사람들 
힘겨워도 아파도 옳은 일이 하는 사람들이라며 다독이던 그 사람..

내가 아는 그대는 그렇게 늘 먼저 웃었다..
철부지 마을 주민의 찡그린 표정에도 고집스러운 성난 말투에도.. 
내 것은 내어주지 않겠다는 기득권으로 무장한 세상의 벽을 대할 때도.. 
긍정과 변화에 냉정했던 독선적인 관습에 익숙한 세속(世俗)의 문화와 지식을 대할 때에도..

그대는 늘 웃는 낯이었다..
한 날쯤은 힘들다는 핑계 삼아 얼굴 찌푸려도 괜찮았을텐데.. 
한 날 쯤은 힘에 부치니 기꺼이 모른 체 해도 되었을텐데.. 
한 날쯤은 다 내려놓고 여유를 부려도 되었을텐데..

늘 그대는 환하게 웃는 낯이었다..

이제는 익숙한 번호를 아무리 되뇌여도 
그대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다.
숨이 막혀 넋두리 좀 하고자 그대의 사무실을 찾아도 
그 구수한 사투리를 대할 수가 없다..

이제는 천성인 선한 마음 담아 
늘 환하게 웃어주던 그대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

기다리라고 해놓고 조금만 더 지나면 나아질거라고 해 놓고..
아직도 못해준 게 너무 많아 미안하다며.. 
이제는 정말 ‘마을에 사는 사람‘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진짜 마을만들기‘를 약속해 놓고.. 마을마다 사람들의 가슴마다 뜨거운 불덩이 하나씩 던져 놓고 
왜 그리 빨리도 멀리 가시는가?

그것마저 이유가 있을까?
조금 멀리 갔다고 생각하면 이 아린 마음 조금 나아질까?
남아있는 사람들은 죄스럽게도 또 언제나처럼 외롭고 쓸쓸한 길 혼자 보낸다..

서늘한 밤기운에 낙엽이 지는 가지런히 늘어선 행궁동의 꽃길에도.. 
가로등 불빛까지 어여쁜 지동 골목 벽화 옆에도.. 
야생화 풀내음이 가득한 꽃뫼의 어울림방에도..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정겨운 황골 아파트 한 켠의 북카페에도..
무지렁이 청년회장이 사는 촌구석 고색동의 마을쉼터에도..
또 앞으로의 무수한 날들에 그 뜨거운 불덩이를 가슴에 담은 사람들의 가슴에도..

그 곱고 따뜻한 마음은 마을마다 골목마다 오래도록 향기로 남아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주었으면 좋겠다..
여운으로라도 남아 조금만 더 토닥여주고 가 달라고 염치없는 부탁을 또 하게 된다..

captain! ‘이근호‘ ..
그대 잘 가라..
그동안 외롭고 서운한 날 늘 곁에서 힘이 되어 주어서 고마웠고.. 
마을주민으로 넉넉히 헤아리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했고.. 
‘사람’을 위한다는 이유로 함께 가는 길 참 많이 죄스러웠다..

그을린 시간만큼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조금 덜 일하고 조금 덜 걱정하고 조금 덜 고민하며.. 
그대 우리와 한 약속 잊지 말고..
‘사람이 먼저’인 마을에서 이제는 더 많이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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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우님이 새로운 사진 40장을 추가했습니다 — 이근호님과 함께.
22시간

고 이근호 쎈터장님 가시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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