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립니다-故 이근호 따복센터장
유문종 (재)수원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추모의 글
2015년 10월 16일 금요일
▲ 故 이근호 경기 따복공동체지원센터장
환한 웃음으로 늘 낮은 자리로 흘러 다니던 벗/ 근호는높고 빛나는 하늘나라로 가지 않고/마당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처음엔 부끄럽게 낯가리다가도 노래 한 곡조 부르고 나서는/질펀하게 어울리며 떠들썩한 그런 자리 말입니다
처음엔 부끄럽게 낯가리다가도 노래 한 곡조 부르고 나서는/질펀하게 어울리며 떠들썩한 그런 자리 말입니다
쉽게 때를 타지 않는 선비같은 성격에/눈에 띄는 개량 한복을 입고 일하던 벗, 근호는/ 치열하게 자기를 넘어선 그 경계에 서 있겠지요
어색하던 첫 대면을 넓은 마음에 담아서/시민활동가도 공무원도 자기 직분을 잊고 손잡는 거기 말입니다
어색하던 첫 대면을 넓은 마음에 담아서/시민활동가도 공무원도 자기 직분을 잊고 손잡는 거기 말입니다
헤어지자 손 흔들고 떠났지만/ 마음에 남아 그 손 자꾸 만져보며 생각하던 벗, 근호는/ 여전히 따뜻한 온기로 남아 있네요
간다고 했지만 가지 못하고, 떠난다고 돌아섰지만 미소는 흩어지지 않아/그래서 눈물이 되어 번지고 있습니다
간다고 했지만 가지 못하고, 떠난다고 돌아섰지만 미소는 흩어지지 않아/그래서 눈물이 되어 번지고 있습니다
고된 활동을 접고 하늘로 떠난다고 했지만/함께 활동했던 마을 사람들과/오랫동안 고민을 나누었던 벗들과/그리고……/그렇게 그 사람들을 남겨두고 하늘로 간다고 했지만
근호는 멀리 가지 않았어요/ 행궁동 골목길을 거닐며 불쑥 단오에 들어와 대추차를 달라하고/서둔동 텃밭으로 넘어와 잡초가 많다고 중얼 거리다 고색동으로 달려가서는 시끄러운 비행기소리에 하늘 보며 웃고 있을 겁니다.
근호는 우리 곁을 떠나가지 않았어요/ 길을 묻는 주민의 발에 맞추어/ 비 오는 날에는 먼저 우산을 챙겨 같이 걸어 갈 사람들을 살피고/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 지역의 관계망을 활성화하고, 사람중심의 사회적 경제가 작동하는/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들로 가득한 경기도를 걸고 가고 있을 겁니다
마을에서 세계를 보며/ 세상의 변화를 동네에서 시작했던/ 마을운동가 근호는/ 진안에서, 창원에서, 그리고 강릉에서/ 온 세상을 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십 줄 인생 내내 꿈꾸었던/ 호호부귀 인인화락의 마을로/ 내 친구 근호는 긴 여행을 떠났습니다./골목길 벽화 큰 물고기를 타고 말입니다.
※고 이근호 센터장(향년 48세)은 지난 6월부터 마을만들기와 사회적경제의 통합지원을 목표로 경기도가 설립한 따복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임명됐다.
서울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민청련, KYC(한국청년연합)활동 등을 했다. 청년운동을 시작으로 수원의제21 사무국장, 수원마을르네상스센터 센터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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