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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특례시의 종합/-이재준(前= 부시장, 위원장, 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

국가채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국가채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2015년 09월 30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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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386조 7천억원이다. 이는 올해보다 3% 늘어난 액수로, 지출을 증가시켜서라도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재정건전성보다는 성장잠재력의 확충에 정책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저성장의 기조를 상쇄시키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나라빚이다. 내년도 국가채무 예상액은 645조 2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GDP대비 40%를 넘어서는 수치다. 공공기관 부채와 가계부채를 합치면 2015년 전체 나라 빚은 무려 2천246조를 넘어가게 된다.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다. 확장적 예산 편성은 소비지출을 늘릴 수도 있지만,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기대만큼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국가채무는 결국 국민들이, 더 정확하게는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하는 빚이다. 3포(연애, 결혼, 출산)에서 5포(내집 마련, 인간관계)를 지나 7포(취업, 희망)세대로까지 그 서글픔이 번져가고 있는 이 나라의 청년들이 더 힘들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떠안게 되기 전에 근본적인 처방이 시급하다.

안정적인 재정운용을 위해서는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우선, 수입을 늘리는 방법으로서 증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낙수효과의 발생을 기대하며 삭감했던 기업 법인세율을 상향조정하여 부족한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근로자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실질임금 인상이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져, 경직된 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제성장의 윤활유로 다시 작용하는 선순환의 구조로 경제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과 최저생활임금제도의 정착이 이와 일맥을 같이 한다. 이렇게 경제발전의 선순환을 통해 늘어난 세수는 국회 예산과정으로 유입되어, 국가경제 활성화와 소득 재분배의 균형을 맞추는 자금으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지출의 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해 지금의 복지구조를 점검하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복지도 하나의 국가정책이므로, 비용대비 효과를 높여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물론 장기적인 방향은 보편적 복지의 확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재정적자가 심각히 우려되는 경우에는 국민의 생애주기를 고려해 연령별 계층에 적합한 선별적 복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복지지출의 초점을 빈곤층에 맞추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집중 투자해야 한다. 복지는 국가가 우월한 지위에서 베푸는 시혜적 아량이 아니다. 복지도 넓은 의미에서는 국민경제의 안정적인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정책적 접근으로 이해해야 한다.

집안 경제든 나라 경제든 빚을 내서 살림을 꾸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위험한 요소가 많다. 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쌓이게 되면 재정적 기초체력마저 무너지게 된다. 게다가 그 채무의 부담이 자식세대로 이어지게 될 경우에는 씻을 수 없는 미안함까지 더해지게 된다. 흑자재정인가 적자재정인가, 경기활성 먼저인가 재정안정 먼저인가는 해마다 반복되고 그때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화두다. 지겨운 논쟁이지만, 경시하지 말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지금은 나라살림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재준 수원시 제2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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